퀴어축제 개막, 시민들 "박원순 메르스 막겠다더니"
<현장>지역사회 감염 우려 서울시, 정작 행사 강제 못해
일부 시민들 "메르스 수습은 못할망정 일 더 크게 만들어"
종교·시민단체의 거센 항의 속에 9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개막식이 치러지기 전부터 종교·시민단체와 1인 시위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면서 당초 개막식은 1시간 뒤로 늦춰진 오후 8시 30분쯤 시작됐다.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는 퀴어문화축제는 물론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일부 시민 단체는 이곳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동성애가 웬 말이냐’, ‘박원순은 물러가라’ 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서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 개최가 이뤄진 데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또 몇몇 시민들은 일부 행사 참가자와 반대 시위자들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상황,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하려는 경찰들의 대응에 불편함을 겪자 연신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광장을 지나던 시민 이모 (27, 남)씨는 ‘데일리안’에 “시기적으로 메르스가 난리인데 왜 지금 집회를 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불만을 표했다. 또 박모 (28)씨는 “예전 행사에서 노골적 의상을 입은 것을 봤다”며 “주장을 하는 것은 좋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해서(행사를 열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올바른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시민 백모 (23, 남)씨는 “다른 행사도 메르스 때문에 다 취소되는데 왜 이 행사만 취소가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여기에 이만큼 많은 경찰들이 동원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이날 개막 행사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과 의경 1000여명이 배치됐다. 경찰들은 서울시청 잔디광장을 둘러싸고 1m 간격으로 줄맞춰 서서 반대 시위자들이 주최 측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은 개막식이 열리는 무대 근처에도 둥그렇게 폴리스라인을 치는 등 혹시 모를 충돌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부 반대 시위자들은 “집회 장소는 멀리 떨어져있는데 왜 도보까지 막느냐”, “왜 경찰이 동성애 축제를 보호해주느냐”라며 경찰의 대응 방침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대부분의 시민들은 논란 속에 개최를 승인한 서울시에 불만을 표했다. 앞서 서울시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사전에 준비된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을 강제로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김모 (52, 남)씨는 “다 같이 어려운 상황에 극복은 못할망정 어수선하게 (분란을) 조장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치인이나 단체장이 이런 부분에서는 심사숙고하고 (메르스) 확산을 막아야 하는 건데 집회 허가가 웬 말이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황모 (56, 여)씨도 “시국이 어수선하고 나라도 좁고 질병이 들어와 극복하기 힘든 상황 아니냐”며 “특히 박원순 시장은 본인이 한 말이 있는데 이건 책임지지 못하는 짓이다. 지금 수습은 못할망정 더 크게 일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라’고 강조한 박 시장이 확산 우려가 있는 상황에도 정작 서울시 관할인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밖에 김모 (63, 남)씨는 “메르스가 지금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는데 동성애까지 허가해서 나라가 더 망하고 있다”며 “(선거에서) 박원순을 찍었는데 (당선)되니까 (서울 시민은)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박 시장이 동성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광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던 김모 (28, 남)씨는 “메르스가 완전히 가신 것도 아니고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서울시가 여러 큰 행사를 취소하면서도 굳이 동성애 축제만큼은 진행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박원순 시장에 실망을 많이 했다. 정치인이니 물론 유권자 눈치를 보겠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 (54, 여)씨는 “동성애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런 행사를 허가해주는 박원순 시장에게서 정치적인 냄새가 난다. 동성애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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