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서있는데도 잘보이는 김무성 왜?
메르스 논란에 정부-지자체 분주 돼지국밥집 전격 방문
국회법 개정안 놓고 친박-유승민 갈등에 조정 역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속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분한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국이 뒤숭숭한 분위기이지만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 국회법 개정안 등 현안은 물론 내년 총선 전략에까지 적절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메르스 환자(81번)가 다녀간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의 한 돼지국밥집에서 장녀 김현진 씨, 손자와 함께 식사한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식당은 81번 환자가 친척 병문안 차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와 저녁을 먹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었다. 국밥집 점장에 따르면 김 대표 일행은 사전에 고지 없이 불쑥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사진과 함께 "메르스가 지나치게 과장돼 알려졌지만 건강한 사람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며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이는 사태가 진정되는대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김 대표의 이러한 행동은 사태의 본질을 꿰뚫은 알맞은 대응이라는 평이 나온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 속 국민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줬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뿐 그에 준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김 대표는 언론 및 해당 국밥집에 사전 방문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국회 최대 현안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당 안팎의 '조정자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사건이 터진 초반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맡았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쏟아지는 청와대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비토를 최소화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김 대표는 아침회의를 전후로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공격을 삼가달라는 등의 당부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거부권을 시사한 청와대와 입장 조율을 하기 위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청관계의 끈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내년 총선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300여개 보수 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사회단체연합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만남을 가졌다. 새누리당이 보수 시민단체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선거 시 조직표를 모아줄 수 있고 당정이 추진하는 정책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만큼 동일한 성향의 시민단체와의 결합은 중요하지만 그간 새누리당과 시민단체 간 결합은 야당에 비해 잘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를 김 대표가 이번에 추진한 것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에서는 재외국민 조직책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입당 및 재입당 절차를 간소화한 당원 확보 작업 착수, 대국민 홍보와 당원 간 소통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온통소통(ON통SO통)' 개발, 사고 당원협의회 위원장 재공모 등의 총선 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모든 것은 김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러한 사안들이 물 흘러가듯 진행될 수 있는 데에는 김 대표가 당직자 출신으로서 당 안팎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련의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김 대표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민생·통합행보를 하는 것일뿐"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민주화운동 세대 막내로서 선배들이 하지 못한 지역·세대·이념 등의 갈등관계를 통합해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대권행보로 꼽혔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 참석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메르스 사태로 연기된 가운데 김 대표의 7월 방미 일정도 연기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까지 김 대표 측은 메르스 사태가 있는데다 대통령보다 먼저 미국을 방문하기는 어려워 예정된 일정 소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가 정리된 뒤에는 중소기업 현장 등을 방문해 국내 경제상황을 챙겨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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