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알뜰주유소 실패? '알뜰' 빼고 'ex-oil' 전환
도입 4년만에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사라져…'ex-oil'로 교체
일각에선 "간판 교체비용으로만 4년새 50억원 낭비" 지적
지난 2011년 시중 주유소보다 유류를 싸게 제공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도입한 '알뜰주유소' 정책이 퇴보하고 있다. 이미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알뜰주유소의 경우 90% 넘는 곳이 ‘알뜰’이란 명칭을 떼고 ‘ex-oil’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7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고속도로 160개 알뜰주유소 가운데 148곳의 간판을 떼고 자체 브랜드인 ‘ex-oil’를 내걸기 시작했다.
이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이름은 ‘알뜰’이지만 일부 주유소의 경우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 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데다 지난해 시중 알뜰주유소 가짜 석유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자 아예 ‘알뜰’이라는 말을 빼고 새로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공사가 관리하는 ex주유소의 정품, 정량, 정가 3대 원칙을 알리고자 'ex-oil'이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로공사측은 브랜드 교체로 인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유류 공급 방식도 바꿔 가격 인하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존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 체계로는 가격 인하를 유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석유공사에게 받는 의무공급량(50%) 유류 외에 나머지 물량 50%는 도로공사 및 업체 주도로 대량공동구매 방식을 적용해 가격인하를 꾀하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 기준 공동구매 유류가는 석유공사 공급가보다 ℓ당 28원이 저렴했다.
유류 공동구매로 인한 절감액은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 주유소별로 운영시간, 인건비, 고정비 등이 달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경부고속도로 망향주유소(부산방향)의 경우 이날 오전 가격으로 휘발유 1551원, 경유 1329원으로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보다 각각 1원, 12원이 저렴하다.
망향주유소 관계자는 “도로공사와 협의를 통해 지난해 주유소 브랜드를 ex-oil로 바꾸고 유류공급방식도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 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특히 고속도로 주유소의 경우 한번에 다량으로 기름을 넣는 화물차량 이용객이 많은데 지난해 말부터 판매량이 약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로공사 측의 별도 브랜드 교체는 비용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고속도로 주유소는 비싸다’라는 지적을 회피하기 위해 미리 ‘알뜰’이라는 명칭을 뺀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1년 전국의 고속도로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이후 3년만에 다시 ‘ex-oil’로 교체하면서 4년새 약 50여억원의 비용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특히 공사측이 ‘알뜰’이란 단어를 뺐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알뜰주유소가 아닌 자칫 일반 주유소로 바꿔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일반 주유소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을 잘못 조장하는 꼼수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2년 2월 기흥휴게소(경부선) 1호점을 시작으로 전체 173곳 가운데 160곳이 알뜰로 전환했고, 간판 등의 교체비용으로 약 27억원이 들어갔다. 당시 비용은 석유공사가 최대 90%까지 부담했다.
그러다 도로공사측이 이미지 차별화 등의 이유로 지난해 10월부터 ‘ex-oil’ 브랜드 교체에 나섰고 현재까지 148곳이 완료, 이달 말까지 나머지 모두 교체될 예정이다. 비용은 약 25억원이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전적으로 업주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 정책 퇴보 결과를 사실상 업주가 떠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브랜드 교체 비용은 주유소 한 곳당 1000만원 안팎으로 들어가고 해당 업주가 부담하는 것이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면서 “대부분의 업주들이 브랜드 교체와 관련해 반대가 없었고 협의를 통해 교체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과거 알뜰주유소나 이번 ex-oil 주유소 기름값 모두 공사측이 업주에게 강제하는 것이 아닌 업주가 시장가격에 따라 결정하는 구조”라면서 “하지만 이번 공사 자체 브랜드 사용과 함께 유류공동구매 정책 등을 함께 협의·유도하고 있어 전국 알뜰주유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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