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커플 90쌍 '합동결혼식'…"우리 지금 결혼했어요"
82쌍 '북남북녀', 8쌍 '남남북녀'…홍용표 "여러분의 행복한 모습, 후배 탈북자들에게 보여달라"
30일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 경기장. 경기장 안에서는 탈북민 커플 90쌍이 함께 입장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들 탈북민 선남선녀들은 사회자가 한 커플씩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차례대로 레드카펫 위를 걸으며 신랑·신부 행진을 벌였다. 이들 90쌍의 신랑·신부들은 맞절을 하고 서로에게 커플링을 끼우며 “사랑합니다”라면서 백년해로를 맹세했다.
이날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재단법인 행복세상이 주최한 ‘경축 광복 70주년 북한이탈주민 100쌍 합동결혼식’에는 20대의 앳된 선남선녀 커플부터 나이가 지긋한 60대의 커플까지 다양한 ‘남남북녀’, ‘북남북녀’ 커플 90쌍이 참석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커플들은 서로 눈시울을 붉히거나 손을 마주잡고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번 합동결혼식을 주최한 행복세상에 따르면 당초 이번 합동결혼식에는 100쌍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합동결혼식에는 90쌍의 커플만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커플 가운데 8쌍은 ‘남남북녀’, 82쌍은 ‘북남북녀’ 커플이었다.
이들 90쌍의 커플들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북한이탈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원만하게 정착하고 통합될 수 있도록 돕고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지회의 후원을 받아 추진됐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합동결혼식을 개최한 사례는 있지만 90쌍 전국단위의 대규모 합동결혼식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홍용표 장관은 축사차 결혼식에 참석해 “어려운 고비, 먼 길을 돌아서 이 자리에 서신 여러분들을 통해 인연은 이뤄진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러분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여러분의 행복한 모습을 (탈북) 후배들에게, 또 새로운 탈북민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큰 꿈과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장관은 “여러분의 행복한 삶이 보여질 때 한민족 통일을 위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면서 “남들과 다른, 더욱 특별한, 단란한 가정을 만들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례를 맡은 정성환 북한이탈주민100쌍합동결혼식추진위원장도 “여러분은 민족통일의 1세대가 될 사람들이다. 그런 자긍심을 가지고 마음을 지켜나가길 바란다”면서 “아직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갈등 속에서 100쌍의 여러분을 모시고 결혼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90쌍의 ‘남남북녀’, ‘북남북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들은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다. 이어 북한이탈주민 합창단인 ‘실버합창단’도 ‘고향의 봄’을 불러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복했다.
한편 이들 90쌍의 커플들은 이날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리베라 서울 호텔에서 피로연 겸 축하만찬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정종욱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건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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