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유승민 향한 2가지 시선
차기 대선 주자 1위는 '컨벤션 효과' "찻잔속 태풍"
전국구로 인지도 높여 앞으로 하기나름 "태풍의 눈"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다 당 소속 의원들의 사퇴 권고 추인으로 물러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 전 원내대표가 차기 대권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전망과 정치적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 8일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사퇴를 결심한 유 전 원내대표는 굳은 얼굴로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내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내 책임이 크다.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이다.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의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유 원내대표의 '헌법 1조 1항'을 발언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비민주적이었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내대표가 직을 던지며 헌법을 거론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비박'의 김성태 의원은 9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유 원내대표는 정치적 압박이나 흐름에는 결코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갈 것이라는 그런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이어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억하심정을 보이면서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 전 원내대표가 당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닌 만큼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유 전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해 온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그럼 대다수 새누리 의원들은 원칙도 없고 정의롭지 못하단 말인가"라며 "마시던 우물에 침 뱉는 격이다. 서운함은 이해하지만 평정심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문을 갖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당분간 잠행에 들어간 유 전 원내대표가 향후 비박계의 대표주자로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자기 정치'를 하다 물러난 그의 재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처음으로 김무성 제친 유승민 '중량급' 정치인 등극
당장 그의 지지율은 향후 입지에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0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조사 대비 13.8%포인트 급등한 19.2%를 기록하며 조사 이래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유 전 원내대표는 이듬해 치른 10·26 재보궐선거에서 대구 동구을을 거머쥐었고 이후 같은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는 했지만 지금만큼 유명한 정치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 원내대표로서 현직 대통령에 맞섰고 '개혁 보수'의 모습으로 중도층과 야권층의 지지 기반을 얻었다는 평가다. 당내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해 '정치적 철학이 귀하며 키워야 할 정치인'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세연·김희국·이종훈·민현주·이재영 등 전 원내부대표단을 중심으로 10여명이 이른바 '유승민계'를 꾸리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만약 차기 대권을 노리고 움직일 경우 이들은 '김무성계'와도 겨뤄 볼 수 있는 세력이 된다. 이같은 예측에 비춰 볼 때 유 전 원내대표의 노력과 정치력이 동반된다면 그는 내년 4월 총선 전에 재기할 가능성이 짙다.
전통 보수층에 '배신자' 낙인, 극복 만만치 않을거라는 전망도
유 원내대표에게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전면전을 맞불케하는 모습으로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을 잃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를 지역구로 둔 유 전 원내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설사 공천권을 거머쥐더라도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상승한 지지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존재하는 것도 유 전 원내대표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다. 지금의 지지율은 지속될 수치가 아닌 반짝하고 마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태우 고려대 교수는 10일 '연합뉴스 TV'의 한 방송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최근 박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전체에 대한 불만을 유승민으로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리라 보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것을 끌고 가느냐 못가느냐의 문제는 결국 유 전 원내대표의 행보에 따라 달렸다"며 "유 전 원내대표가 주창하는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가 기존 새누리당이 외쳐 온 '합리적인 보수'와 어떤 차이점을 보이느냐가 향후 지지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향후 유 전 원내대표가 기존 보수층에게 어떤 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가에 따라 향후 행보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재선 의원도 '데일리안'에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그리 오래 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유승민계로 불리는 원내부대표단도 곧 흩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번 일을 거치며 국민들에게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일부 야권마저 흡수하는 효과를 얻었다. 유 전 원내대표가 9일 원내대표실에 들러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나갈 때 주변을 지나가던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고생했다. 훌륭하시다"라고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과정이 어떻든 박 대통령의 전통 지지층에게 '배신의 정치'를 한 인물로 낙인이 찍힌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에게는 차기 총선 공천권 확보조차 불투명하다. 유 전 원내대표의 미래를 두고 극단적인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가 차기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지금의 효과가 '찻잔 속의 폭풍'에 그칠 지 향후 그의 움직임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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