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은 최근 유소년 시절부터 무려 25년간 레알에서만 활약해온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인 카시야스를 떠나보냈다. ⓒ 게티이미지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불린다.
유럽에는 수많은 명문 클럽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알은 스타 선수나 감독들도 동경하는 '별 중의 별'로 통할만큼 그 위상이 특별하다. 실제 축구인생에 한 번 레알에서 뛰어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하지만 레알은 화려한 명성 못지않게 달갑지않은 전통도 존재한다. 바로 들어갈때는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게하지만, 정작 떠날 때도 화려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명장이나 슈퍼스타들도 예외는 없다.
레알은 예전부터 명장들의 무덤으로 악명을 떨쳤다. 성적과 내용 두 가지의 조건을 모두 완벽하게 충족해야만 레알의 지휘봉을 유지할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 레알이 갈아치운 감독만 10명이 넘는다. 거스 히딩크, 비센테 델 보스케, 파비오 카펠로, 조세 무리뉴, 마누엘 페예그리니, 카를로 안첼로티 등 유럽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물급 감독들이 씁쓸히 레알을 떠났다.
레알을 빛낸 레전드 스타들의 수난사도 계속되고 있다. 페르난도 이에로, 루이스 피구, 라울 곤살레스, 호세 마리아 구티, 사비 알론소 등은 레알 역사의 한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들이지만 팀을 떠나는 과정은 그리 깔끔하지 못했다.
특히 레알이 90년대 후반부터 검증된 스타급 선수들을 외부에서 큰 돈을 들여 사오는 갈락티코 정책을 추진하면서 레알은 유소년 출신 선수들을 홀대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대형 영입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유소년 출신 선수들을 육성하며 팀 고유의 색깔과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대성공을 거둔 것과 대조된다.
레알은 올여름에도 두 명의 레전드를 떠나보냈다. 안첼로티 감독과 골키퍼 카시야스가 그 주인공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 2014년 레알에 라 데시마(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긴 명장이었다. 최근 포르투로 이적한 카시야스는 유소년 시절부터 무려 25년간 레알에서만 활약해온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였다.
물론 결별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치며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지켜봐야만 했다. 카시야스는 몇 년 전부터 기량이 뚜렷한 하락세였던데다 언론에 팀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파벌을 조장했다는 등 좋지 않은 구설수에도 종종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그동안 팀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하면 하루아침에 등떠밀려 나가는 모양새가 초라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레알의 또 다른 레전드 중 하나인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도 최근 구단의 방침에 불만을 품고 이적을 요구하여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빅클럽 중에서도 유독 레알에서만 자주 볼수 있는 장면들이다.
근본적으로 활용 가치가 떨어지면 냉정하게 버림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명예와 존중은 존재한다. 유독 레알 출신들의 말로가 좋지못하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정설이 돼가고 있다.
지네딘 지단 정도를 제외하고 레알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거나, 떠난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꾸준히 유지한 경우는 정말 드물다. 지금 레알의 간판으로 불리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가레스 베일같은 선수들도 언제든 그 가치가 떨어졌다 싶으면 하루아침에 레알에서 버림받을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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