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명예회장 '한일월드컵' 공세 버틸 수 있나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7.22 11:52  수정 2015.07.23 16:29

"부패 블라터 처단" 기치 내걸고 FIFA회장직 도전 의사

지난해 유세 현장 실언 마음에 걸려..부패 척결 논리 힘 빠질 수도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정몽준 명예회장이 FIFA 회장직 선거 과정에서 '한일월드컵'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축구대통령'에 비유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꿈같은 자리다.

역대 8명의 FIFA 회장 중 7명이 유럽 출신이었다. 1974~1998년까지 제7대 회장을 역임한 주앙 아벨란제(브라질)가 유일한 비유럽권 수장이다. 유럽과 남미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선도하며 자존심을 벌이지만 행정적인 면에선 유럽이 압도적이다.

유럽에 고정된 시선을 아시아로 돌리면 변방에 가깝다. 아시아는 남미처럼 유럽에 대항할 축구 실력도 갖추고 있지 않다. 세계 축구에 입김을 불어넣을 정도의 힘도 아직 부족하다. 거대한 인구와 이제 막 축구 열기가 꽃피는 국가들이 있어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맞다. 그래도 아시아가 세계 축구를 선도하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배경을 보면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은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FIFA 부회장을 맡았다.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길목엔 항상 정 명예회장이 있었다. 각종 행정적인 절차부터 시작해 A매치 당일까지 정 명예회장의 입김은 분명한 힘을 갖고 있었다.

당장 그가 대한축구협회 수장에서 물러난 뒤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장은 국제 외교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예전 정 명예회장 시절의 아성을 되찾고 그를 뛰어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더 정 명예회장의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는 의미 깊다. 현 FIFA 회장인 제프 블래터에 대한 '반(反) 블래터' 노선을 확실히 해온 그는 아시아 축구 외교의 상징과도 같다.

최근 블래터 회장의 재선이 확정된 뒤부터 더욱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정 명예회장은 지난달 3일 기자회견에서 "출마를 신중히 선택하겠다"고 말한 뒤 결국 결단을 내렸다. FIFA 회장직 출마 신청서 제출 최종 기한인 10월26일까지 4개월이나 남았으나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선점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정 명예회장은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브라질 축구 스타 출신의 지코 ▲무사 빌리티 라이베리아 축구협회장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포르투갈 대표 출신의 루이스 피구 ▲미카엘 판프라흐 네덜란드 축구협회장 등을 꺾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FIFA를 한국인이 이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또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경쟁이다. 처음부터 당선 여부를 놓고 도전 자체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 명예회장을 지지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이 FIFA 회장직 선거 과정에서 '한일월드컵'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2002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의 공은 빼놓을 수 없다. 일본보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음에도 공동 개최를 넘어 단독 개최 분위기까지 끌고 갔던 것은 높이 사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월드컵 4강 신화와 국민적 열망은 2002년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6월1일 서울시장 후보 당시 위험한 발언을 했다.

그는 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준결승까지 갔느냐 했더니 FIFA 책임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다. MJ라는 놈이 월드컵 심판을 전부 매수해서 한 것 아니냐고 했다는데 제 능력이 그 정도 되면 괜찮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세 현장 분위기를 달구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농담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실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이 발언은 인터넷을 타고 여러 외신으로 번졌다.

걱정되는 지점이다. FIFA라서 더욱 그렇다. 고위 관계자들의 각종 비위와 블래터 공화국이 돼버린 게 지금의 FIFA다. 상식에 근거한 축구 속 즐거움보다 축구장 밖의 알력과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단체가 FIFA다. 정치적 수사의 부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게 FIFA의 현재다. 블래터는 여전히 회장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으며 어떻게든 차기 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철저히 "블래터를 처단하겠다"고 나선 정 명예회장은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정신으로 정치적 수사가 동원된다면 자칫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거대한 도마에 올라 들쑤셔질 수도 있다. 선거 과정에서 이 부분은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네거티브'에 대응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단순히 블래터 체제가 부패했기 때문에 내가 회장이 돼야 한다"는 정 명예회장의 논리는 힘이 빠진다. 부패를 심판하겠다는 후보자가 시작부터 비위와 연관된다면 그보다 더 아이러니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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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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