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이 그동안 난제로 골치를 앓아오던 ‘1번 타자 저주’를 풀어냈다. 주인공은 1군 무대 첫해 주전 자리를 찜한 구자욱(22)이다.
구자욱은 22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의 홈경기에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타율은 0.336. 올 시즌 1군 첫 경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모처럼 등장한 특급 유망주의 활약에 벌써부터 신인왕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삼성으로부터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지명된 구자욱은 퓨처스 리그에서 범상치 않은 타격감을 발휘했지만 아쉽게도 1군에는 그의 자리가 없었다. 원래 포지션이었던 3루는 물론 1루에도 박석민과 채태인이라는 붙박이 베테랑들의 존재감이 그만큼 컸다.
일찌감치 상무에서 군복무를 해결하고 돌아온 구자욱은 올 시즌 뜻하지 않게 기회를 얻었다. 바로 주전 1루수 채태인의 부상이었다. 결과는 잘 알려진 그대로다. 대체선수로 출발했던 구자욱은 현재 팀 내 대체불가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의 오랜 고민인 1번의 저주를 풀었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그동안 1번을 맡아오던 배영섭이 경찰청에 입단한 뒤 오랫동안 1번 타자 가뭄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류중일 감독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나바로를 중심으로 박한이, 김상수, 박해민 등을 차례로 시험대에 올렸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나바로의 파괴력은 리그 최상급이었지만 2할대 초반의 타율은 1번 타자로 보기에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박한이와 김상수, 박해민도 1번에 두면 약속이라도 한 듯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달랐다. 올 시즌 구자욱이 1번 타순에서 만들어낸 성적은 타율 0.426(47타수 20안타)에 이른다.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1할 가까이 높은 수치다.
류중일 감독 입장에서는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삼성은 나바로-최형우-박석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힘이 리그 최강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 앞에서 밥상을 차려 줘야할 테이블 세터진의 부재가 고민거리였다. 이를 단 번에 해결해준 이가 바로 구자욱이었다.
당연히 류중일 감독도 구자욱 얘기만 나오면 함박웃음을 짓는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감독이 선정한 전반기 MVP로 뽑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류 감독은 “이승엽과 최형우는 원래 그 정도 성적을 내야하는 선수이다. 공백을 메워준 구자욱이 생각보다 잘해줬다”라고 평가했다.
올 시즌 KBO리그 신인왕 구도는 구자욱과 넥센 김하성의 2파전으로 모아지고 있다. 타율 0.281 13홈런 52타점을 기록 중인 김하성 역시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의 빈자리를 잘 채워주며 당당한 주전으로 거듭났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타격 7위에 올라 질주 중인 구자욱에 무게추가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모처럼 등장한 꽃미남 슈퍼 루키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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