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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징비록은 '자화자찬', 남경필 백서는 '자기반성'?


입력 2015.08.01 09:24 수정 2015.08.01 09:25        하윤아 기자

박 "서울시 메르스 대응 100점 주고 싶어" 논란엔 침묵

경기도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 기술 철저한 반성 위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메르스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가 사실상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종식을 선언한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 이번 사태를 되돌아보며 대응과정을 종합적으로 정리·분석·평가하는 ‘백서’를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이번 메르스 사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백서 발간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지자체는 모두 메르스 사태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감염 체계와 대응방안 개선 내용을 백서에 담을 예정이지만, 백서 발간의 숨은 의도에서 각기 다른 양상을 띄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메르스 백서 발간에 앞서 이달 초 인터뷰 형식의 ‘메르스 징비록’을 공개했다. 징비록은 향후 발간될 백서에 부록 형태로 붙여지며, 백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거나 서울시 보건의료 종합대책에 반영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실제 서울시는 박 시장을 포함한 20여명의 심층인터뷰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향후 유사 감염병 발생 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서울시의 보건의료 종합대책 마련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징비록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본래 징비록은 서애 류성룡이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 등을 기록한 책이다. 박 시장이 최근 TV 방영 중인 드라마 ‘징비록’에서 착안, 지난날의 실책을 반성하고 앞날을 대비해보자는 의미에서 제작을 제안했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박 시장은 서울시 메르스 징비록의 첫 인터뷰 대상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정부 ‘서울시의 대응을 100점 만점에 점수로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저로서는 100점을 주고 싶다”며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의 서울시 대응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동안 6월 4일 심야 긴급브리핑과 관련해 앞서 밀접 접촉 여부와 상관없이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전원에 대한 자가 격리조치가 필요했는지, 35번 환자에 대한 동선 공개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번 박 시장의 징비록에는 이 논란과 관련한 어떤 질문도, 답변도 오고가지 않았다.

다만 그는 “6월 4일부터 심각성에 대해서 이해하고 지금 사태가 어떤 상황에 와 있는지 깨달았고 그래서 제가 그 행동(기자회견)을 한 것”이라며 “질병, 특히 전염병, 감염병에 있어서는 말하자면 최대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더 소중하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서울시의 대응이 유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뒤이은 인터뷰에서 긴급 브리핑에 대해 “그 결단이 매우 중요했고 국면 전환을 결국 만들어낸 것”이라며 “서울 시장이라는 지위가 갖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당연히 있으셨을 건데 과감하게 (기자회견을) 결정하시더라”라며 박 시장을 치켜세웠다.

김 기획관은 긴급브리핑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35번 환자) 증상이 언제 시작됐느냐 이것은 이미 우리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게 정리가 됐고, 재건축조합 총회에 세게 가는게 맞느냐는 것도 당시에는 지역사회 감염 우려를 완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또 “시장님이 의사를 폄하한 것인가라는 논쟁도 있는데 서울시가 35번 환자한테 무슨 악연이 있겠나. 젊은 의사 하나 죽여서 득볼 게 있겠냐”며 다소 격앙된 표현을 사용해 해명했다.

실제 해당 인터뷰는 △메르스 발생 및 확산 원인 △정부·서울시의 대응평가 △방역체계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다뤘지만, 서울시 대응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되돌아보기 보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메르스 대응을 비교해 서울시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공개된 인터뷰 전문을 살펴보면 6월 4일 박 시장의 긴급브리핑의 내용에 대해 상당수가 동의하는, 긍정적인 쪽으로 평가가 기울었다.

때문에 이번 메르스 징비록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지적과 논란에 대해 서울시 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타당성’을 강조하는 데 그쳐 이후 발간될 서울시 메르스 백서 역시 행정기관 입장에서 제작된 기존 백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제3자,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환자와 자가격리자의 시각에서 본 서울시 대응의 객관적인 진단이 없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징비록을 제작할) 당시에는 메르스가 종료된 시점이 아니었고 확진자 격리자가 계속 늘어나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뷰 대상자를 선별하기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그 때 상황에 맞게 징비록을 만들다 보니 총괄했던 분들 위주로 가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서울시가 한발 앞서가 메르스 대응을 잘했고 이런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에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 관찰과 철저한 자기반성 기반 백서 계획

서울시가 자칫 ‘자화자찬’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박 시장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며 이를 향후 발간될 백서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인 반면, 현재 인터뷰를 준비 중인 경기도는 제3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한 백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실제 경기도는 메르스 환자와 자가격리자를 중심으로 메르스 대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23일 경기도는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돌아보고 개선방안을 담을 백서를 만들 계획”이라며 “1번 환자와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 역학조사관, 간호사, 자가격리자 등 10여명을 선정해 인터뷰하면서 공무원이 아닌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메르스 사태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메르스 백서 제작 주관 부서인 기획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그동안 행정기관 백서라고 하면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만든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자제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겪은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정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가 잘했다는 것만 내세우지 않는다”며 “이번 백서는 우리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중앙정부와 문제가 됐던 것들도 도출해서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바꾸고, 대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기관의 목소리를 담은 구태의연한 백서가 아니라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백서를 만드는 것이 이번 경기도의 백서 발간 목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은 설령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남 탓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3자의 입장에서 중립적으로 보고, 객관성을 통해 반성하고, 그에 따른 대안도 모색해보고, 중앙정부에 제안도 해보려고 한다”며 “반성할 부분은 철저하게 반성하라는 게 남경필 지사님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오는 11월쯤 메르스 극복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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