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 vs 무리뉴 '악수 따윈 필요없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8.03 10:13  수정 2015.08.03 10:16

[아스날-첼시]커뮤니티 우승 시상식 후 악수 피해

최소한의 예의마저 외면할 만큼의 앙금

[아스날-첼시 커뮤니티 실드]경기가 끝난 후 악수 거부 소동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 게티이미지

아르센 벵거와 주제 무리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축구계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가까워지기에는 너무 먼 사이였다.

지난 시즌 EPL 챔피언 첼시와 FA컵 챔피언 아스널이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5 FA(잉글랜드 축구협회) 커뮤니티 실드에서 격돌했다. 아스날이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 통산 14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는 대표적인 앙숙으로 꼽히는 무리뉴와 벵거, 두 감독의 천적 관계로 더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무리뉴 감독이 벵거에 7승6무로 단 한 번도 지지 않으며 극강의 천적 관계를 이어왔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은퇴한 이후 독보적인 EPL 현역 최장수 감독으로서 이겨보지 못한 팀이나 감독이 거의 없는 벵거 감독이 이 정도로 일방적인 열세에 놓인 경우도 드물다.

더구나 유독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장 밖에서도 치열한 설전을 이어왔는데 축구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기싸움을 수위를 넘어 사실상 인신공격에 가까운 막말이 오간 경우도 수차례다. 독설로 유명한 무리뉴 감독이 말싸움에서도 대체로 벵거 감독에 판정승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모처럼 벵거 감독이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벵거 감독은 14번만의 대결에서 무리뉴 감독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며 오랜 징크스를 털었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이 패자의 위치에서 벵거 감독과 아스날의 우승 시상식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였다.

그런데 이날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아스날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와 메달을 받고 다시 그라운드로 내려오던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은 잠시 기다렸다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우승을 축하했다. 무리뉴 감독과 레알에서 호흡을 맞췄던 메수트 외질, 올 시즌 첼시에서 아스날로 이적한 페트르 체흐 골키퍼 등과는 가벼운 포옹까지 나누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정작 벵거 감독이 무리뉴의 앞을 지나쳤을 때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선을 마주치지도, 손을 내밀지도 않고 고개를 돌렸다.

벵거 감독은 무리뉴 감독이 아스날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는 것을 보고 방향을 틀면서 옆을 지나쳤고, 무리뉴 역시 벵거가 다가오자 등을 돌리며 외면했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외면할 만큼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앙금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무리뉴 감독은 그대로 경기장을 나서면서 아스날 팬으로 추정되는 관중석의 어린이 팬에게 준우승 메달을 던져주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아스날에 패한 기억을 굳이 간직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기가 끝난 후 악수 거부 소동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벵거 감독은 "감독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일침을 날렸고, 무리뉴 감독도 지지 않고 "나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며 모든 아스날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며 벵거 감독이 자신과의 악수를 먼저 거부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악수 거부를 어느 한쪽의 책임만으로 돌리기는 무리가 있다. 두 감독 모두 그동안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감독이나 라이벌팀과의 대결에서 패한 이후 수차례 악수를 거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둘의 악연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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