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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성추행' 왜 이어지나 했더니...교육부 대책이 '경악'


입력 2015.08.05 11:45 수정 2015.08.05 12:05        하윤아 기자

'성폭력 범죄로 파면되거나 형 선고받으면 임용결격'

제출된 유사 법안 여러 개 결국 별도 내용없이 재탕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재춘 교육부 차관(왼쪽) 주재로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가 열리고 있다. 교육부 제공.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교장을 포함한 교사 5명이 학생과 동료 교사를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계 성추문이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현재 교육부는 교원의 성 관련 비위에 대한 처벌기준 강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쏟아내고, 관련 법률안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일각에서는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선 교육청은 물론, 교육정책의 총괄부서인 교육부에 대해서도 '그동안 교내 성추행 사건 근절 대책 마련에 늑장을 부렸을 뿐만 아니라 그간 벌어진 비위에 대해서도 느슨한 징계기준을 적용해 미온적으로 대응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엄중 조치'를 천명하면서 개정을 예고한 법률안은 이미 국회 차원에서 상당수의 유사 법안이 발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교육부가 자체적인 근절 방안 마련 노력 없이 그동안 발의된 법안을 '재탕'해 내놓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말 교육부는 '성범죄 교원 교직 배제 및 징계 강화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종전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행위로 파면·해임되거나 100만원이상의 벌금형을 받아야 임용결격 또는 당연퇴직 되었으나, 앞으로는 성인대상 성폭력 범죄행위로 파면·해임되거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경우까지 임용결격 또는 당연퇴직 되도록 대상과 범위를 확대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범죄 수사 중인 사립학교 교원도 직위해제해 즉각 학생과 격리하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지난 7월 30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교육부는 "성범죄 경력을 교원자격 결격사유로 추가하여 교원자격 취득을 제한하고, 취득 후 결격사유 발생한 경우에도 교원자격을 박탈하도록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마련하여 관련 절차를 마무리 한 뒤 11월 경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에서 성 관련 비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 4일 '데일리안'의 확인 결과 국회에는 교육부가 언급한 내용과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모두 발의된 상태다.

국회는 그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면 발의된 개정안 대부분을 심사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해놓고 있었다.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교육부 역시 비판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가 개정 의사를 밝힌 법률안은 그간 몇몇 국회의원들이 제안한 개정안 내용 이외에 새로운 대안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 국회의원 발의 법안에 또 하나의 같은 법안이 추가된 것일 뿐이어서, 교육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보내고 홍보하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교육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했다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성인을 포함한 모든 성범죄 행위로 파면·해임되거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경우까지 임용결격 사유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그러나 교육부 법안 제출에 앞서 현재 총 4건의 유사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14년 3월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 2014년 8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2014년 11월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 2015년 3월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역시 교원의 성폭력 범죄행위에 대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임용을 제한하거나 당연퇴직 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육부가 지난 7월에 제출했다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역시 앞서 지난 3월과 4월 각각 박홍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성범죄 수사 중인 사립학교 교원을 직위해제해 학생과 격리조치하도록 하는 등의 유사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 중 박 의원의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한 차례 심사도 거쳤다.

아울러 교육부는 성범죄 경력을 교원자격 검정의 결격사유로 하여 자격증 취득을 제한하고, 성범죄자의 교원자격증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11월쯤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법안 역시 이미 안민석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은 지난 4월 2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폭력 범죄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교원자격을 취득·소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작년 9월에 '성범죄 교원 교직 배제 및 징계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법률개정 작업을 시작했다"며 "물론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많이 하니 그중에는 시기적으로 보면 우리보다 빨리 나온 것도 늦게 나온 것도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서 그동안 개정 작업을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의 경우 교육부 대책 발표가 있던 지난해 9월 이전에 이미 두 개의 법률안이 제출됐다. 교육부의 법률개정 작업에 앞서 국회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에야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된 데 대해 "내부적으로 법률 개정안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하고, 40일 이상 입법예고하고, 규제·법제 심사를 다 거치면 이 과정이 최소 두달이 걸린다. 또 차관회의 국무회의 거치는 게 석달 가까이 걸리다 보니 올해 국회에 제출된 것이지 개정안 시작은 작년부터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4월과 7월에 제출한 정부안이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데 8월 임시회도 있고 정기국회 있으니 계속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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