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판세는 군권 장악한 신동빈 우세
신동빈, 경영진·노조 지지로 외곽진영 접수
신동주, 황제 곁 지키며 반격 노려
반롯데 정서 극복·신격호 총괄회장 의중이 향후 변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형제간 서로의 권력을 확보해 나가는 전쟁 형국으로 진입한 가운데 초반 판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우세로 기울고 있다.
5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약속이나 한듯 한·일 경영진이 신 회장 지지를 공식화한 데 이어 5일에는 롯데 계열사 노동조합 협의회 위원장 19명도 신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경영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조까지 나서면서 전쟁 초반 신 회장이 군권을 장악하게 된 형국이다.
앞서 3일 귀국한 신 회장은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를 시찰한 데 이어 경기도 오산 롯데 인재개발원을 찾아 신입사원들 앞에 서는 등 현장경영 강화 행보로 '현재의 권력자'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다만 어느정도 기선제압에 성공한 듯한 신 회장에게도 반롯데 정서 확산과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체제 굳히기에 나설 수 있을지 혹은 신 총괄회장을 보호하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반격카드를 꺼내들어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일본기업? 여당까지 나서면서 면세점 허가까지 제동”
신 회장이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최종 승리를 위해 넘어야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우선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부작용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악화된 국민여론을 되돌리는게 급선무다. 정치권이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도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국내 및 해외계열사에 대한 소유실태 파악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본 이름과 일본어를 사용하는 그룹 수뇌부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정체성 논란이 심화된데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80여개의 롯데 계열사에 대해 불매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올해 말에 허가가 끝나는 롯데의 서울시내 면세점 두 곳에 대해 재허가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하면서 면세점 허가까지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이 같이 반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악화하고 있는 국민 여론을 신 회장이 어떻게 해소해갈지가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지키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곽 진영 접수한 동생 vs ‘황제’ 곁 지키는 형”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꺼내들 반격 카드도 관건이다.
신 회장이 외곽 권력을 휘어잡으며 힘을 키우고 있다면 신 전 부회장은 중앙 권력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호하며 측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곁을 지키며 조용히 반격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정상적인 판단이 힘들다고 주장하며 신 전 부회장 측 권력 중심인 ‘황제’를 무력화시키고 나섰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육성에 이어 동영상을 2일 공개했다.
하지만 동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이 짧은 글을 힘겹게 읽고 일본 롯데홀딩스를 한국 롯데홀딩스로 잘못 읽기도 해 오히려 '건강 이상설'에 힘을 실어주는 부메랑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전 부회장이 믿을수 있는 권력은 신 총괄회장이 유일하다. 이복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돕고 있지만 이들은 지분구조와 무관하고 거느린 군대도 없는 말그대로 조력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으로선 어떻게든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판단력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과 황제가 낙점한 후계자는 장남인 본인이라는 뜻을 대내외에 입증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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