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심사일에 정치인 사면 요구한 문재인 왜?
최고위서 "정치적 반대자를 수용하는 사면 돼야"
성완종 특별사면 연루 의혹에 몸사리다 입장 바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광복절 특사와 관련한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리는 10일 '정치적 반대자를 수용하는 사면'을 요구했다. 이는 '특혜 논란' 등 정치인 사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보도된 정부의 사면안에 따르면 국민 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흡하다"며 "대통령 특별사면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역사적, 사회적 갈등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 봉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어 "정부 비판에 대한 탄압과 보복 등 정치적 사유로 처벌받은 국민에 대해 자유를 보장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포용하는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사면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국민 화합'을 명분으로 정치인, 경제인 사면을 대폭 단행해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야의 '빅딜'이라는 정치공학적인 부분이 내포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측근에 대한 설 특사를 단행했고, 2010년 광복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형 노건평 씨, 서청원 당시 미래희망연대 대표 등을 사면해 논란을 불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8년 1월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사면했다. 이에 앞서 2005년 광복절에는 열린우리당 정대철·이상수 전 의원과 한나라당 김영일·최돈웅 전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씨 등 정치인들이 사면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 등도 참여정부에서 사면복권됐다.
그러나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정치인이 배제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내 '정치개혁'과 '부정부패척결'을 주창해왔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 임기 중 비리정치인 사면은 원칙적으로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정가의 시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국민 사기 진작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이뤄지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사면에서는 생계형범죄사범, 영세자영업자 등을 대거 포함하는 일반사범 사면과 함께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유로 기업인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은 내심 이번 사면 대상에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인이 포함되길 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이 경제인 사면만을 외치는 동안 정치인 사면을 섣불리 수면 위로 꺼내지 못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나 사면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역풍을 맞은 쓰라린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유승희·이용득 최고위원이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놓고 거친 언쟁을 벌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가 사면심사위가 열리는 당일 오전 공개 석상에서 간접적으로 정치인 사면을 언급해 향후 '광복절 특사'명단 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문 대표는 이와 함께 △재벌 대기업 총수에 대한 특혜 사면보다 서민과 약자를 위한 국민 대사면 △4대강 사업, 용산 재개발, 강정 해군기지 건설 등 정부가 대형 국책 사업을 강행하며 발생한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사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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