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라 PS’ 뒷걸음질 치는 5위 경쟁
KIA 후반기 약진으로 한화-SK 밀고 5위 안착
최근 부진한 경기력으로 순위 요동 예고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5위 경쟁이 ‘누가 덜 못하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됐을 당시, 5위 순위 경쟁은 한화와 SK의 양강구도가 되는 듯 했다. 승률 0.524로 승차 마진 +4였던 한화는 1.5경기 차였던 4위 넥센까지 넘볼 기세였고, 마친 +2였던 6위 SK 역시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한화와 SK의 순위는 놀랍게도 한 계단씩 하락한 6위, 7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거둔 승수 역시 한화 9승, SK 7승에 그친다. 반면, 같은 기간 각각 15패, 14패나 당했다.
어부지리로 5위에 오른 팀은 KIA 타이거즈다. 후반기가 시작됐을 때만 하더라도 KIA와 한화의 승차는 5경기로 제법 큰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8~9위에 위치한 롯데, LG의 추격을 걱정해야할 처지였다.
하지만 KIA는 경기 막판 놀라운 집중력으로 역전승을 일구는 경우가 잦았고, 무엇보다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이며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KIA의 후반기 승률은 0.625(15승 9패)로 한화, SK를 압도한다. 자연스레 순위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KIA 역시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방망이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최근 들어 다시 차갑게 식으며 득점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KIA가 최근 5경기서 뽑아낸 점수는 23득점으로 경기당 4.6점이다. 이 중 지난 14일 삼성전 13득점을 제외한다면 2.5점으로 크게 줄어든다. 적게 득점하고 있지만 안정세를 보이는 마운드에 크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5위에서 6위로 내려앉은 한화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불펜진 과부하 후유증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전반기 50경기서 7승 8패 4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01로 활약하던 권혁은 후반기 13경기서 1승 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6.61로 힘에 부친 모습이다.
새로 얻게 된 로저스라는 특급 에이스는 세 번째 등판이었던 삼성전에서 인간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그의 공은 여전히 묵직하면서도 빠르지만 3할에 가까운 팀 타율을 보이는 삼성까지 막아내는데 역부족이었다.
당초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SK는 총체적 난국에 시달리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이 8월 들어 2승을 수확했지만 여전히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으며 타선의 중심인 최정의 공백이 너무도 아쉽다. 무엇보다 SK의 가장 큰 고민은 선발부터 불펜진까지 초토화된 마운드다. 집단 부진에 빠진 투수진에 1년 여 만에 돌아온 박희수가 어떤 역할을 해낼지가 관건이다.
이들의 순위 경쟁은 지난 주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일단 지난 13일(목) 경기서 KIA와 SK, 한화가 모두 패했다. 당시 5위는 KIA에 2경기차 앞선 한화였다. 이튿날에는 한화만 패하며 6~7위권과의 승차가 1경기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15일(토) 경기서 KIA만이 승리하며 끝내 순위가 뒤집혔다.
16일(일) 경기에서는 한화 홀로 경기를 펼쳤다. 상대는 포항구장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삼성이었다. 그리고 로저스를 내고도 충격의 5-6 역전패를 당했다. 우천 연기로 경기를 치르지 않은 KIA와 SK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KIA와 SK는 월요일 경기서 나란히 패하고 말았다. 달아나거나 쫓아갈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었다. 세 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부진한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어 5위 경쟁은 누가 덜 못하나의 싸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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