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만 방긋’ EPL 돈 잔치에도 몰락, 왜?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9.17 08:24  수정 2015.09.17 08:24

첼시, 텔아비브 4-0 대파하면 홀로 승리

최근 EPL 팀들의 유럽 무대 부진 현상 뚜렷

첼시를 제외한 맨시티, 아스날, 맨유는 챔스 조별리그 첫 경기서 모두 패했다.

세계 축구 최대 시장으로 불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집단 부진 조짐을 보이고 있다.

EPL에서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4개팀은 지난해 리그 우승팀인 첼시를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아스날,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다.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 현재, 승리를 거둔 팀은 첼시가 유일하다.

첼시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마카비 텔 아비브와의 홈경기서 4-0 승리를 거뒀다. 신구 조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모처럼의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라 조제 무리뉴 감독은 방긋 웃을 수 있었다.

첼시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약속이라도 하듯 졸전을 펼쳤다. 아스날은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의 자책골과 올리비에 지루의 퇴장 악재가 겹쳐 한 수 아래라 평가되던 디나모 자그레브에 발목을 잡혔다.

전날 열린 경기에서는 맨체스터의 두 팀이 모두 패했다. 맨유는 PSV 에인트호번 원정서 선제골을 넣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급기야 루크 쇼의 충격적인 골절상에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맨시티 역시 지난 시즌 준우승팀 유벤투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모순’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한 길 없는 EPL의 민낯이다. ‘투자는 곧 성적’이라는 현대 스포츠의 정설 속에 유독 EPL만이 유럽 무대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작 1경기 치렀을 뿐, 설레발은 금물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EPL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하락세를 타고 있다.

EPL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오고간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썼다. 20개 클럽이 지출한 이적자금은 무려 8억 7000만 파운드(약 1조 5669억 원)에 달한다. 당연히 역대 이적시장 최고 지출액이며, 세리에A(4억 500만 파운드), 프리메라리가(4억 파운드)보다 2배나 많은 수치다. 분데스리가(2억 9000만 파운드)와 비교하면 무려 3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무대에서의 성적은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EPL은 유럽 내 리그 랭킹을 매기는 UEFA 계수에서 2011-12시즌을 끝으로 프리메라리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분데스리가에도 밀려 3위로 추락했다.

UEFA 계수 국가 랭킹 ⓒ 데일리안 스포츠

클럽의 순위와 시드를 배정하기 위해 마련된 UEFA 계수는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에 참가한 각 클럽들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가 정해진다.

EPL은 첼시가 2011-12시즌과 2012-13시즌, 각각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나머지 팀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 65.284점을 기록 중인 EPL은 1위 스페인(86,142점)과의 격차가 20점 넘게 벌어졌다. 이제는 4위 세리에A(61.105점)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3위 리그에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4장 주어지지만 4위는 3장만 보장받는다.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성적만 보더라도 EPL의 하락세는 눈에 띈다. EPL은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서 첼시와 맨시티만이 16강까지 가는데 그쳤다. 이는 에버턴만이 16강에 오른 유로파리그도 마찬가지다.

2013-14시즌에는 첼시 홀로 4강까지 올랐고, 맨유(8강), 아스날, 맨시티(이상 16강)는 부진했다. 유로파리그서도 토트넘만이 16강 무대에 얼굴을 비췄다. EPL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은 2011-12시즌 첼시(우승)이며, 유로파리그서는 지난 10년간 첼시, 풀럼, 미들즈브러 단 세 팀들뿐이었다.

EPL의 추락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오일머니 등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구단들은 스타급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지만 자국 출신 선수 육성에 게을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 와서야 규정을 개정했지만 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UEFA 계수 클럽 랭킹 ⓒ 데일리안 스포츠

세계 축구 전술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의 축구 전술은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점유율 축구에서 이를 깨부순 압박 축구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이다. 심지어 수비 라인의 상식을 파괴한 스리백 시스템의 회귀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반면, 잉글랜드는 여전히 그들만의 전술과 작전을 고수하고 있다. 맨유의 판 할 감독이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큰 재미를 봤던 스리백 시스템을 도입하긴 했지만 포백에 익숙한 선수들을 끝내 변화시키는데 실패한 사례가 있다.

국가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세 차례 월드컵을 나눠가진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은 자국 리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가대표의 힘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여전히 8강에 오르는 것조차 힘겨운 모습이다. 웨인 루니 이후 월드클래스 선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잉글랜드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