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서 단 번에 멀티골
비난 여론 단숨에 바꿔, 팀 연승 행진에도 날개
드디어 골이 터졌다. ‘400억 사나이’ 손흥민(23)이 토트넘 이적 후 2경기 만에 골을 신고했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각)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16 UEFA 유로파리그’ J조 카라바흐와의 홈 1차전에서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3-1 승리했다.
지난 선덜랜드와의 리그 원정경기서 데뷔전을 치렀던 손흥민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불과 2경기째 만에 골을 터뜨리며 자신에 대한 여론을 환호로 뒤바꿔 놓았다.
① 400억원 이적료 몸값 증명
손흥민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 마감 직전,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떠나 EPL 토트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적료는 무려 2200만 파운드(약 400억 원). 아시아 역대 최고액이자 토트넘 내에서도 손꼽히는 액수였다. 그만큼 손흥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급기야 손흥민이 대표팀 경기(라오스전)에서 해트트릭을 신고하자 영국 현지에서는 젊고 뛰어난 공격수가 런던에 입성했다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덜랜드전에서 첫 뚜껑을 열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런던 특유의 극성스러움이 더해졌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소 부담 받을 수도 있는 두 번째 경기였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골을 넣은 과정 또한 결정적이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페널티킥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지만 손흥민이 단숨에 2골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22분 교체아웃될 때 토트넘 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격려를 보냈고, 손흥민도 이에 화답하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② 포지션 구애 받지 않는 멀티 플레이어
손흥민은 4-3-3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해리 케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결단이었다. 다만 선덜랜드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부진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시절 주로 왼쪽 윙포워드 역할을 맡았다. 빠른 스피드로 크로스를 올려주는 클래식 윙어가 아닌 볼을 몰고 가다 안쪽으로 치고 들어와 슈팅을 시도하는 스타일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최전방보다는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동안 적지 않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이적 후 생소한 역할 또는 포지션을 맡다가 기나긴 침체에 허덕이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최전방 역할을 부여 받은 토트넘 이적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최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은 물론 토트넘 특유의 전방압박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실은 2골이었다. 첫 번째 골은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빈틈을 노린 위치 선정이 돋보였고, 결승골은 팀 동료와의 완벽한 호흡으로 이뤄진 하나의 작품이었다.
③ 완벽한 승리 토트넘, 본격적인 연승행진?
토트넘은 개막 후 손흥민이 이적하기 전까지 4경기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매년 5~6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팀이기에 초반 부진이 심상치 않았다. 심지어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던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난달 16일 스토크 시티전 2골(에릭 다이어, 나세르 샤들리)이 유일한 다득점 경기였다. 리그 5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팀 득점은 고작 4골. 무득점 경기가 세 차례 있을 정도로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이 모든 고민을 단 번에 날려준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맹활약한 카라바흐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3골을 퍼부었다. 더불어 2연승을 구가, 오는 21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 다소 힘겨운 일정을 치러야 한다. 최대 라이벌 아스날과의 리그컵 대회를 앞두고 있으며, 이 경기가 끝나면 맨체스터 시티, AS 모나코, 스완지 시티, 리버풀을 잇달아 만나는 대진이다. 가장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구원의 손을 내밀어준 이가 바로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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