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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당사자 고1은 지금


입력 2015.10.03 09:24 수정 2015.10.03 09:24        하윤아 기자

점수 높은 학생은 '울상' 점수 낮은 학생은 '환영'

"수능영어 대체할 평가 대비하려면 오히려 사교육 더 받아야"

서울 풍문여고에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한 수험생이 두 손을 모은채 수능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8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과목의 평가 방식이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는 방안이 확정된 가운데, 2018년도 수능을 치르는 현 고등학교 1학년생들은 절대평가 전환 효과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그동안 모의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온 학생들은 영어 과목에서의 변별력이 낮아지게 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며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낮은 점수의 학생들은 특정 점수만 넘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고 있어 성적별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학생들은 정부가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영어 절대평가 도입 근거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고개를 갸웃하는 모양새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변별력이 줄어들면 입시에서 다른 방식의 평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학습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4년 개설돼 현재 2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 내 고교 1학년생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에는 지난 1일 교육부의 ‘2018학년도 수능 기본계획’ 발표 직후 영어 절대평가와 관련한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영어 절대평가를 수능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이미 이와 관련한 글들이 많이 게재된 상태였으나, 이번에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세부적 도입 방안이 포함된 계획이 발표되자 다시 이슈로 부각된 것이다.

물수능에 영어 절대평가까지…1등급 받는 나는 불리해

우선 기존 모의고사에서 영어 과목 성적이 좋았던 고교 1학년생들은 이번 교육부의 발표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 한 학생(아이디 suwa****) 은 “영어 9등급제로 절대평가하고 성적표에 원점수, 백분위 안 나오는 것으로 확정됐네”라고 소식을 전하면서 “영어만 잘하는데 진짜 절망적이다. 나 같은 애한테 입시가 계속 불리하게 돌아가서 너무 억울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학생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절대평가되면 오히려 영어 손 놨던 애들도 다 하려고하고 1(등급) 못 받으면 대학 못가니까 사교육시장은 더 살아날 것 같다던데”라고 실제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글을 게재한 한 학생(아이디 z004****)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국제고·외고를 준비하려고 영어를 엄청 팠는데 절대평가 되니까 다 부질없네”라면서 “사람들이 다 영어는 먹고들어가는 과목이라고 하니까 괜히 억울하네”라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일부 학생은 ‘영어 절대평가 극혐 진짜 왜 자꾸 영어에만 손대는지 모르겠음’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영어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치열한 입시에서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심지어는 대학별 영어 고사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다수였다.

영어 못하는 나, 조금만 노력하면 1등급 받을 수 있다고? ‘개이득’

반면, 평소 영어 과목에 자신이 없던 학생들은 절대평가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한 학생(아이디 p130****)은 영어 영역 등급 분할 원점수 표를 함께 게재하며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90점만 넘으면 영어에서는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일부 학생들은 “대박”, “맨날 89~93점 사이에서 맴도는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해야지”, “영어 1등급 간당간당해서 꿀인데”, “다른 과목은 노력해서 올라가는데 영어는 다른 과목 거의 (공부)안하고 해도 올라가지가 않더라. 난 그래서 오히려 좋음”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무엇보다 재수 가능성이 있는 현 고등학교 2학년생들은 절대평가 전환 방침을 더욱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1일 고교 2학년생들이 모여 있는 ‘수만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2018 수능 영어 절대평가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이 글의 작성자(아이디 kts9****)는 “1년만 더 늦게 태어날걸”이라며 1년 후배들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일부는 이 같은 글 내용에 동의하면서 재수하는 것이 더 낫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사교육 절감? 수능영어 대체할 평가 대비하려면 오히려 사교육 받아야...

한편, 일부 학생들은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도입으로 1점이라도 더 따려는 학생들의 과도한 점수 경쟁이 줄어들게 돼 자연스럽게 영어 사교육 과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교육부의 기대에 대해 반발했다.

한 학생(아이디 jmc9****)은 ‘이제부터 영어 회화 위주로 공부를 해야겠네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해당 글 아래에는 ‘영어 시험이 쉬워진 만큼 대학에서 필요로하는 영역이 있겠지요’, ‘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되면 대학들은 영어 변별력이 낮아지니까 수능 영어를 대체할만한 평가 시험을 치게 하겠지 예를 들어 영어 심층 면접이나 영어논술 같은 걸로’라는 여러 추측들이 제기됐다.

실제 한 학생(아이디 prin****)은 “영어 절대평가만 하면 대학에서는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뽑을 수가 없으니까 ‘시험 난이도가 어려울 거다, 대학별고사가 생길 거다, 영어 논술시험이 생길 거다’ 말 많던데. 확실히 정해진 게 없어서 참”이라며 불안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 학생들은 변별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수능 영어를 대체할만한 또 다른 평가를 준비하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교육을 절감하고 과도한 입시 경쟁과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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