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찢어지는 집회 소음 “조용한 목소리에 경청한다”
<기고>확성기 소음은 아무리 옳은 이야기도 귀를 막게 할 것
필자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80~90년대 학번의 선배들을 만나면 종종 자신이 참여했던 ‘데모’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술이라도 한잔 먹은 날에는 과거 데모 현장에서 북과 꽹과리를 치고 확성기에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경찰과 대치했던 일들을 아주 호기(豪氣)에 찬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고 국민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 과거의 집회나 시위 현장처럼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상황은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시위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확성기’다.
주로 연단이나 차량에 설치해 음악을 틀거나 구호를 외치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확성기는 시위현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집회에 참가한 참여자들에게 주최자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기준을 넘어선 확성기의 무리한 사용은 많은 국민들의 불편을 넘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산업과 교통의 발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자동차·공장의 매연, 폐수, 다양한 쓰레기 등을 ‘공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공해’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공해의 한 유형이다.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웃 간 살인사건만 보더라도 소음은 인간이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 중 하나라는 것을 반증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시위현장에서의 소음관리 규정에 대해 명시했다. 동법 제14조(확성기등 사용의 제한)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 북, 징, 꽹과리 등의 기계·기구 등을 이용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시 그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 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소음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법 시행령이 개정됐는데, 주간에는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은 65데시벨(야간 60데시벨) 이하, 기타지역은 주간 75데시벨(야간 65데시벨) 이하로 종전보다 5데시벨 강화했다.
이러한 관계 법령에 따라 경찰에서는 ‘준법보호 불법예방’이라는 경비패러다임을 설정하고 집회·시위현장에서의 소음을 엄정하고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시위 전담부서인 경찰관 기동대는 소음관리팀을 구성해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한 후 그 정도에 따라 소음유지명령, 소음중지명령, 확성기일시보관조치를 하고 있으며, 이 같은 절차를 방해하는 시위자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입건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논하기 전에 타인의 권리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선진시위문화 정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과 질서를 준수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을 바탕으로 화합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집회·시위의 정당성은 높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집회의 목적 달성 또한 수월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글/김규중 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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