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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앞에선 '모두집결' 공천룰 뒤에선 '계파집결'


입력 2015.10.12 23:54 수정 2015.10.12 23:57        문대현 기자

국정화 두고서도 당내 주도권 잡기 위해 계파 싸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도중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잠시 자리를 벗어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내 의원모임인 민주당의집권을위한모임과 콩나물모임이 주최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는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터지며 여야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뒤로는 공천 룰 문제 등을 놓고 계파 간 실권 잡기 싸움이 치열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제 전환을 발표하며 "국민께서 걱정하는 이념 편향성을 불식시키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잡힌 역사인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헌법 정신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여당과 그렇지 않은 야당의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져왔으나 결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 이로 인해 민간 출판사가 발행해 온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2017년부터 국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로 바뀌게 됐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친일교과서 국정화 반대'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친일교과서 강행 규탄문'을 통해 △역사왜곡 교과서 국정화 즉각 중단 △교육부 교과서 행정고시 강행 철회 △국민을 속인 교육부 책임자 즉각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또 "역사를 왜곡해 진실을 외면하는 국가에는 희망이 없다"면서 "허위사실로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여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박근혜정부는 결코 역사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문제의 핵심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여부가 아니라 올바른 역사교육에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 사회가 역사교과서 문제로 더 이상 갈등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의 아들딸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배우는 현실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한 사안을 두고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의 지지층이 일정 부분 결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5년 10월 2주차 정례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3%p 오른 41.7%를 기록했다. 역사교과서 문제로 보수층과 중도보수층이 결집했다는 해석이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25.7%로 전주대비 1.5%p 하락하긴 했지만 역사교과서 문제가 계파 문제로 내홍을 겪으며 보이던 지지율 감소세를 둔화시키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야 모두 일정 부분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본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15년 10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전화면접 방식은 19.5%, 자동응답 방식은 4.8%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이다.

머지 않아 총선에 '올인'해야 할 여야의 입장에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그동안 저마다의 사정으로 온전히 결집하지 못했던 지지층이 '이합집산'할 수 있는 호재인 셈이다. 양 당 지도부 역시 이 문제에서 만큼은 뜻을 같이 하며 보기 드물게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 '공천특별기구 구성' 야 '비주류들의 성토' 여전히 갈등 구도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말이 달라진다. 여야는 계파별로 공천권을 손에 쥐어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치열하게 물밑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 룰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기구 구성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 선임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 의견 일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5일 출범을 예고했으나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친박계는 당초 김태호 최고위원을 밀었으나 김 최고위원의 현역 컷오프론을 들어 김 대표가 반대하자 당내 중진인 이주영 의원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주변에서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불만에 기존 황진하 사무총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1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기구 구성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합리적으로 잘 결정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할 뿐이었다.

최고위원들에게 특별기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위임 받은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8일 '3자 회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이후로도 별다른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역사교과서로 인해 당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니만큼 특별기구 관련 논의는 일단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크게 나을 것은 없는 상황이다. 12일 당내 비주류로 불리는 주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당 쇄신과 공천 방향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사실상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와 '콩나물 모임'이 주최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는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비노계들을 포함한 약 20명의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 지도부는 책임지는 대신 혁신위를 구성해 패배 원인을 규명하고 혁신 방향을 내놓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공천 절차에만 집중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계파 패권을 강화한다고 의심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퇴행적 음모의 배경에는 우리 당을 깔보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며 "당이 제대로 서 있다면 감히 이런 시대착오적 음모를 꿈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도부를 꼬집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김동철, 오제세 의원 등 비노 의원들이 문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와 주 최고위원은 현재 당이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문 대표를 향한 '직격탄' 대신 '혁신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하고 자리를 떴다.

우선 겉으로는 여야 모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심으로 뭉치는 모양새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여전히 '자기 몫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계에선 여야 계파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간 모양새긴 하지만 역사교과서 문제가 매듭을 짓게 되면 재점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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