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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 불법자금정보 요청하면, 국정원 "권한 없다"?


입력 2015.10.15 17:50 수정 2015.10.15 17:56        하윤아 기자

특정금융정보법상 금융정보 제공기관에 국정원 제외…전문가들 "법 개정해야"

서울 내곡동 소재 국정원 현관.ⓒ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이 테러자금 관련 정보를 금융사로부터 제공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에도 국가정보원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 및 이용규정이 없어 갈수록 증가하는 테러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테러자금 정보 권한 없는 정보기관,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제하의 토론회를 열고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는 한편,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개정 필요성을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국정원은 형법상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과 관련한 정보 수집을 직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기 위해 특정금융거래정보가 필요하지만,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을 법적 권한이 없어 이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정원 제 1차장 출신인 전 교수는 과거 근무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범죄 수사와 정보활동에 있어 해외 정보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위해서라도 국정원에 금융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은 상당한 수준의 정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국정원이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정보기관에 북한 관련 불법테러자금 정보 공유를 요청하면 수집해서 협조를 해주는데, 반대로 해외 정보기관이 대한민국 영토 내 불법테러자금 정보 공유를 요청하면 국정원은 ‘죄송하다, 법적으로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가 관련법을 통해 자국 정보기관에 무한한 정보 접근 권한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은 특정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 의심되는 금융자금 거래를 추적할 수 없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올해 7월부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의장국으로서 테러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는 불법테러자금의 조달 흐름을 차단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주어졌음에도, 정작 대테러 방지 활동을 하는 국가정보기관에 불법자금을 추적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국정원에 국민의 광범위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금융거래정보가 제공되는 경우,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돼 통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활용 내역을 담은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안 등 투명성을 제고하는 구체적 조치를 법률에 명시하면 통제가 가능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정태진 사이버폴리싱 연구센터장도 “전 세계 대다수의 정보기관들은 자국의 금융정보 분석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테러 행위에 대해 즉각 수사를 전개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정보 제공기관에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정원이 제외돼 있다”며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정보분석기관(FinCEN)은 재무부 산하에 있지만 베테랑 수사정보요원들이 대거 참여해 대테러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는 국가범죄수사국 산하에 정보기관(NCA)을 두고 영국정보기관에 상시적으로 테러 의심 자금에 대한 정보를 통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검찰·경찰·국민안전처·국세청·관세청·중앙선거관리위원회·금융위원회 등 7곳에만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이 가운데 제외돼 있어 정보기관의 테러방지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센터장은 “대테러 대공수사와 국제범죄 등 전반적 국가안보를 맡는 국정원에 기본적인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상당히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이나 정보기관의 역량 강화를 우려해 기형적인 형태의 법률을 유지하기 보다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와 국제범죄 등 여러 형태의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기덕 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테러 등 반사회적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제범죄 조직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며 “그런데 특정금융정보법상 형사사건 수사에는 금융거래 정보 이용을 허용하지만 국가안보 등 중대 사건에 대한 수사에는 금융정보 이용 규정이 없어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FATF 회원국들이 현재 국제범죄 및 테러조직의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공조체제를 구축, 상호간 금융거래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방첩 및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정원이 특정금융정보에 접근하지 못함으로써 정보를 받기만 하고 주지는 못해 국제공조체제에서 소외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금융정보의 정치적 악용을 우려해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국정원의 정보 집중이나 임의사용 등의 문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공권력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로 안보위협요인과 범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며 “테러자금이나 간첩자금 등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는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국가정보기관에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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