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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영화서도 '용한' 주원…'그놈이다'


입력 2015.10.28 10:32 수정 2015.10.28 16:43        부수정 기자

주원·유해진·이유영 출연 스릴러물

실화 모티브한 작품…윤준형 감독 연출

배우 주원은 영화 '그놈이다'에서 동생을 죽인 범인을 쫓는 장우 역을 맡았다.ⓒCGV아트하우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단둘이 의지하는 남매 장우(주원)와 은지(류혜영). 오빠 장우에게 여고생 은지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장우의 바람은 은지가 착실하게 공부하면서 건강하게 잘 크는 것이다.

장우는 은지를 위해서라면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다. 세상 하나뿐인 가족, 은지는 장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소소한 일상도 잠시, 홀연히 사라진 은지는 사흘 만에 시체로 돌아온다. 분신 같은 동생을 잃은 장우는 목격자, 단서, 증거도 없이 범인 찾기에 혈안이 된다.

그러던 중 동생의 영혼을 위로하는 천도재에서 넋건지기굿(저승가는 길 배불리 먹고 가라고 붉은 천에 밥이 담긴 놋그릇을 바다를 향해 던지는 의식)의 그릇이 흘러간 곳에 우연히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장우를 피해 달아났고 그 모습을 본 장우는 그가 범인이라고 주장한다.

장우가 지목한 범인은 동네에서 착하기로 소문난 민약국(유해진). 민약국을 범인이라고 우기는 장우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찰도, 주변 사람도 다들 장우를 무시한다. 시은(이유영)이라는 한 소녀만 빼고 말이다.

귀신을 보는 시은은 타인의 죽음을 보는 예지력을 지녔다. 시은은 은지의 죽음을 미리 알았지만 외면한 죄책감에 장우를 찾아가고, 이후 또 다른 죽음을 본다.

장우는 연쇄살인범의 유력한 용의자로 민약국을 지목하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그놈이다'는 2003년 다큐멘터리 영상 '목두기 비디오'를 연출한 윤준형 감독의 첫 상업 영화다. 영화는 1999년 부산 청사포 해변 마을에서 한 여대생의 죽음을 기리는 천도재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했다.

당시 여대생의 아버지는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놋그릇이 한 청년 앞에 멈춘 걸 보고 직감적으로 그를 범인으로 확신했다. 6개월 동안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결국 범인임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배우 주원 유해진 이유영이 영화 '그놈이다'에 출연했다.ⓒCGV아트하우스

윤 감독은 "딸을 죽인 범인을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아버지의 간절함이 사건을 향한 집요하고 끈질긴 추적의 원동력이 됐다"며 "이 이야기를 꼭 영화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굿, 귀신 보는 소녀 등 미스터리한 소재를 갖춘 독특한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윤 감독은 "무속 신앙에 관심이 많았고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올바르게 살아가다 보면 주어진 운명마저도 바꿀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스릴러 장르답게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다. 귀신이라는 소재 탓에 스릴러보다는 공포 영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들 정도로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배경이 된 어촌 특유의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도 스릴러 특유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범인을 밝힐 듯 말 듯하면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을 선사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탄탄하지 않다.

범인이 연쇄살인마가 된 계기, 피해자를 죽인 이유가 촘촘하게 엮이지 않아 이야기가 헐겁다. 범인이 결말에 이르러 죽은 동생의 환영을 보고 멈칫하는 장면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종영한 '용팔이'에서 뛰어난 연기 실력을 뽐낸 주원은 거친 상남자로 분했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 8kg을 늘린 그는 액션, 감정 연기 등을 준수하게 소화했다. 경찰서에서 죽은 동생의 영상을 보고 오열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주원과 친분이 있는 유해진은 '삼시세끼' 속 푸근한 아저씨 이미지를 벗었다. 작품마다 다른 색깔을 내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착한 듯하면서 악마 같은 느낌을 뿜어내는 모습이 섬뜩하다.

'봄'으로 한국 배우 최초 제14회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유영은 얼굴만 예쁜 여배우라면 피했을, 파격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영화는 '더 폰', '특종: 량첸살인기', '검은 사제들' 등 쟁쟁한 스릴러 작품들과 맞붙는다.

10월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9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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