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심심한 옴니버스 '미안해사랑해고마워'
지진희·성유리·김성균·김영철·이계인 출연
'파랑주의보'·'미인도' 전윤수 감독 연출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는 촘촘한 연출력과 탄탄한 이야기가 필수다. 지난 2003년 개봉해 흥행한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는 네 쌍이 넘는 커플들의 사연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 색다른 로맨스가 됐다.
영화는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낭만적이고 잔잔한 감동을 줬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도 '러브 액츄얼리' 같은 옴니버스 형식을 갖췄다. 영화는 왕년의 친구들, 미녀와 야수 커플, 안타까운 부녀 등 세 가지 이야기를 엮었다.
'미안해'는 잘 나가던 복서 강칠(김영철)과 종구(이계인) 이야기다. 강칠과 종구는 최고의 복서이자 경쟁자로 활약했으나 지금은 늙고 아픈 '노인'일뿐이다. 병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으르렁대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진짜 친구가 된다.
'사랑해'는 까칠한 여배우 서정(성유리)과 그녀의 매니저 태영(김성균)을 보여준다. 10년째 서정을 지켜주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해내는 태영의 사랑은 '사랑의 참된 모습'을 일깨운다.
'고마워'는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의 딸과 마주해야 하는 형사 명환(지진희)과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픈 소녀 은유(곽지혜) 이야기다. 범인의 딸 은유를 보고 죽은 딸을 떠올리는 명환과, 명환을 진짜 아빠라고 믿는 은유의 감정 연기가 중심이다.
영화는 절절한 사연을 통해 간단한 주제를 던진다.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라'는 것.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타인에 무관심한 요즘.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주고 있는가?'라고 자문하게 된다.
'미인도'(2008), '파랑주의보'(2005) 등을 연출한 전윤수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전 감독은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라는 가장 쉬운 말인데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이라며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요즘,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전 감독의 말마따나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간단하지만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이다.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지만 듣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주제를 제목에 내세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성을 건드린다.
연출 의도는 좋다. 그러나 전 감독의 말과는 달리 영화는 위로보다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슬픔에 주력한다. 세 개의 에피소드 모두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인물의 이야기다. 진부하고 상투적이다.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은 참신하지 않고 허공에 둥둥 뜨는 느낌이다. 중간에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도 넣었지만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슴 따뜻한 감동 스토리',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라고 내세웠으나 감동, 위로, 울림의 깊이가 얕다. 러닝타임도 다소 길게 느껴진다.
배우들은 열연했다. 지진희와 아역 배우 곽지혜 양의 연기가 아까울 정도로 스토리가 빈약하다. 김성균은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를 무난하게 보여줬다. 김성균과 호흡을 맞춘 성유리의 연기는 아쉽다. 성유리 특유의 발성이 답답하다. 김영철 이계인 두 중견 배우는 영화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10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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