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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만에 부인 만난 남편 "예쁘네...예쁘네..."


입력 2015.10.24 20:50 수정 2015.10.24 21:02        금강산 공동취재단 데일리안 목용재 기자 /서울 = 박진여 기자

<이산가족 상봉 현장>환갑 동생, 수십년 만에 만난 오빠에 "옷 사준다더니" 투정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배양효 할아버지의 딸 배순옥씨가 북측 아들 배상만씨에게 여기에서 제일 잘생겼다, 오빠보고 싶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김우종 할아버지가 동생 김정희 할머니를 만나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최고령 상봉자인 이석주 할아버지가 아들 리동욱씨를 만나 동생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김월순 할머니가 남쪽 아들, 북쪽아들과 함께 60여년만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4일 오후 3시 30분(한국시각)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회차 상봉단이 단체상봉을 통해 첫 만남을 가졌다.

이번 상봉단의 유일한 부부 상봉인 전규명 씨(86)는 65년여 만에 ‘그렇게 예쁘던’ 북측 부인 한음전 씨(87)를 만나며 헤어질 당시 부인과 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감격의 기쁨과 슬픔도 65년 세월 앞에 무뎌진 걸까. 전규명 씨와 한음전 씨는 처음 자리에 앉아 서로 한참을 바라보며 낯설어하다 전 씨가 먼저 “나 전규명이오”하고 입을 열었다.

이에 한 씨가 “나는 한음전”이라고 답하자 전 씨는 덥석 한 씨의 손을 잡고 “아 그대로 예쁘네. 어떡해 예뻐서...그땐 그렇게 예뻤는데...지금은 키가 작나”라며 연신 ‘예쁘다’ 하며 살가워했다.

그러자 한 씨는 함께 온 아들(전완석·65)을 가리키며 “당신 아들. 우리 아들”이라고 소개했고 전 씨는 흘깃 아들을 한번 쳐다보며 전혀 모르겠다는 듯 “내 아들이라고?”라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한 씨는 “우리 아들 몰라? 당신 나간 지 석달 만에 나온 거야 쟤가”라며 안타까워하다 “당신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에 전 씨는 “고생했어. 이렇게 만났잖아 나 어때?”라고 물으며 분위기를 전환했고, 한 씨는 “예뻐. 나는 이제 죽어도 원 없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전 씨는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아들을 곁에 불러 “어머니 결혼(재혼)했니?”라고 물었고 아들은 “안했습니다. 저랑 어머니랑 (둘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전 씨가 곧바로 한 씨를 바라보며 “왜 안했어 그렇게 고왔는데...”라며 안타까워하자 한 씨는 전 씨의 어깨를 때리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한 씨는 “왜 사진 한 장 안 찍어놓고 갔어. 쟤(아들)한테 아버지라고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었어”라며 복받친 듯 눈물을 토해냈다. 이어 전 씨가 한 씨를 향해 “원한이 없어”라고 말하자 한 씨는 “나도. 죽어도...”라며 다시 한 번 손을 붙잡았다.

이후 분위기가 무르익자 전 씨는 한 손으로는 한 씨의 손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한 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옆에 있던 북측 아들 전 씨에게 “자네가 어머니 모시고 살았나”라고 말을 건넸다. 아들 전 씨가 “제가 모셨습니다. 누가 모시겠습니까”라고 어색하게 답하자 전 씨는 “나보다 (얼굴이) 못하네”라며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했다.

또한 환갑을 바라보는 여동생이 수십년 만에 만난 오빠 에게 투정을 부리며 장난을 거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배양효 할아버지(92)는 남측 아들 배상석 씨(60), 딸 배순옥 씨(55)와 함께 북측 아들 배상만 씨(65) 손녀 배은희 씨(32)를 만나기 위해 상봉장을 찾았다.

딸 배순옥 씨는 수십년 만에 만난 오빠 배상만 씨를 보자마자 “우리 최고 잘생긴 오빠! 노래도 잘했던 오빠!”라며 흐느끼며 소리쳤다.

배 씨는 양손을 치켜들고 큰 소리로 오빠자랑을 하며 “오빠 노래 한번 불러봐”라고 부추겼고, 오빠 배상만 씨는 곧바로 ‘고향의 봄’을 부르며 여동생의 요청에 응했다.

한참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던 배순옥 씨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오빠 너무 보고싶었어. 오빠가 돈 벌어서 옷 사준다 해놓고 연락이 없었어”라며 귀여운 투정을 했다.

함께 있던 배양효 씨는 흐느끼며 노래하는 아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아버지 만나니 좋으냐”고 물으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이번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에서는 우리측 상봉단 90가족, 254명이 북측 상봉단 188명과 만났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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