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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훈풍 속 나홀로 비판 나선 유승민…속내는?


입력 2015.10.28 09:55 수정 2015.10.28 09:55        문대현 기자

최근 잦아지는 언론 노출에 향후 행보 관심

유승민 측 "총선 대비 지역구 활동에 전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이순진 합동참모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연일 박근혜 대통령을 '극찬'하며 부드러운 당·청 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당·청을 함께 비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26일 한 종편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적 가치의 구현이 여당 안에서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낀다"라며 "당·청 관계나 당내 민주화 차원 등 차원에서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내대표 재임 시절) 대통령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던 게 정말 아쉬웠다"며 "원내대표 사퇴를 결심하고도 꼭 만나서 충분한 대화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 국민이 느끼는 걸 전달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 대통령의) 단점이라면 좀 더 귀를 열고 소통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저 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그런다면 대통령의 국정방향도 조금 바뀔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여당과 더욱더 긴밀히 소통하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한다는 지적을 돌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재권력의 편에 서려는 듯한 김 대표의 모습에도 비판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김무성 대표나 원유철 원내대표 등에게 서운함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특정인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이 중점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그는 "다수의 검정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된 부분이 있다는 대통령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국정교과서가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선 고민을 더 해야 한다.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교과서 문제가 블랙홀이 되어 다른 개혁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을 대통령께서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운영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대통령한테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정교과서로 지지층과 당심을 한꺼번에 잡으려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공개 석상 꺼리던 유승민, 총선 앞두고 활동 범위 넓히나?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 이후 공개 석상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을 꺼려왔다. 자신의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 활동에 집중했고 간간이 기자들과 마주칠 때마다 현안에 관해 짤막하게 언급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조금씩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대구의 한 성당에서 열린 '대구, 개혁의 중심이 되자'는 주제 특강에서는 "대구가 보수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스스로 변하지 않고 옛 것만 지키려고 개혁성이 퇴조하고 스스로도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대구가 개혁의 중심이 되도록 개혁의 DNA를 되살리자"고 강조했다. 자신이 지향하는 개혁적 보수의 방향을 설파한 것이다.

그는 강연 후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공천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도 당연히 참여할 것이고 공천 받을 것이라 100% 확신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제가 좀 까칠하거나 덜 굽힌다거나, 매너가 부족하거나, 말이 거칠거나 할 수 있는데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말씀드렸다"면서 "남은 임기 절반도 굉장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계속해서 대통령을 향해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 전 원내대표는 특히 추석 연휴 이후 부쩍 언론에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 이혜훈 전 최고위원을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유 전 원내대표에게 "공천 룰과 관련해 김 대표를 좀 도와주는게 어떻겠느냐"는 건의를 했고 그는 "생각해보자"고 답했다. 그 후 언론을 통해 밝히는 공천에 대한 유 전 원내대표의 생각은 단연코 '친박'보다는 '비박'에 가깝다.

불편한 친박 "옳지 않은 행동" 유승민 측 "자연스러운 정치 활동"

이렇다보니 유 전 원내대표를 바라보는 친박계 측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2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당·청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유 전 원내대표의 지적에 "현기환 정무수석이 국회를 자주 출입하며 김 대표와 의견을 나누고 있고 최근에도 청와대에서 회동이 있었는데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도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안 될 내용이 들어 있어 정부가 올바로 잡겠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여당 의원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미 당내 국정교과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큰 영향력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 전 원내대표의 행동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치적인 행동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다수의 예상 출마자가 있는 가운데 언론의 주목을 받는 발언으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의 지역구는 대구 동구을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강력한 당내 대항마로 꼽히는 상황.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 측은 이를 적극 반박했다. 자연스럽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정치 활동일 뿐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 측의 관계자는 본보에 "자연스러운 정치 활동 중의 일환일 뿐"이라며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지역구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차 언론과 스킨십을 늘릴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만남 이후 언론 노출이 잦아진 것 같다'는 해석에는 "그것과는 전혀 관련 없다. 당시 김 대표를 도와주자는 제안에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한 것은 별다른 뜻이 담겨 있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의 한 배를 타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과정이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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