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요구할 수 없으나, 예외 규정을 적용한 법원의 첫 이혼사례가 나왔다. 이는 해당 사항에 대해 예외 규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적용한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1일 남편 A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파기하고 이들의 이혼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45년전 결혼했으나, 지난 1980년 협의 이혼을 한 뒤 재결합하고 다시 혼인신고를 했으나 3년만에 남편이 다른 여성들과 연이어 동거하다 혼외자를 낳았다.
남편은 이후 25년 동안 장남 결혼식에서 아내를 한 차례 만났을 뿐 만남도 연락도 없었다며 2년전 다시 이혼 소송을 냈으나, 1심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남편A씨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은 1심의 판결을 뒤집고 A씨의 이혼을 허용했다. 아내가 이혼을 원치 않고 있지만, 실체가 없는 법률혼 관계만을 유지하는 것일 뿐이라며 혼인 생활을 계속 강제하는 것은 다른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남편이 그동안 자녀들에게 수억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고 아내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축출이혼'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이같은 사례를 계기로, 껍데기만 남은 법적 혼인 관계를 억지로 유지해온 이들의 이혼 청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