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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신문가판 카르텔에 죽어나가는 중소기업


입력 2015.11.19 15:31 수정 2015.11.20 11:39        박민 기자

신문 총판, 중판-소판 이어지는 유통 피라미드 독점적 지위

독과점 유지위해 총판들간 담합…공정위, 불공정요건 판단되면 조사

신문 가판시장을 둘러쌓고 업체들간 담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K총판업장에 파기예정인 여러종류의 신문들이 쌓여있다. (사진 = 독자 제보

그동안 언론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판신문 시장’의 카르텔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사와 단독 공급계약을 체결한 총판업체들의 신규업체 시장 진입 차단, 가격 담합 등의 전횡을 일삼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태파악 및 제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문 유통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일반 가정에 배달되는 ‘가정용’과 편의점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판용’으로 나뉜다. ‘가정용’은 각 신문사 직영 공급 체제로 본사 아래 지국을 통해 보급되지만 ‘가판용’은 이른바 ‘총판업체’를 통해 유통된다.

총판업체는 각 신문 본사와 연간 부수 단위 공급계약을 맺은 업체다. 쉽게 말해 시중에 판매되는 신문의 공급권을 쥐고 있다. 특히 1신문사와 1총판이 단독 계약을 체결하므로 단순한 유통 첫 단계가 아니다. ‘총판-중판-소판’으로 이어지는 유통 피라미드에서 최상단에 위치해 그야말로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

이같은 구조에 기반해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가 아닌 담합 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종이신문의 쇠락으로 자신들의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업체의 신규 시장 진입을 막는 등의 이권 다툼도 첨예하다.

또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중판-소판 업체에게 전횡을 일삼을 가능성도 크다. 예컨대 소위 ‘잘 팔리는 신문’에 ‘상대적으로 안 팔리는 신문’을 끼워 넣어 강매하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의 주요 일간지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일부 무가 신문도 돈을 주고 받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신문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이를 수용해야 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총판 업체의 최초 공급가격 및 가판 판매 부수, 내부 경쟁 유무, 유통 단계, 수익 현황 등 정확하게 드러난 자료는 없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다는 것은 지금껏 이를 관리 감독할 법적제도 및 기관도 마땅치 않다는 것은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총판업체의 유통 마진은 꽤 높다는 점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주요 일간지 소비자 가격은 800원이다. 총판업체는 중판에게 100~140원대에 신문을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고, 중판은 이를 다시 소판인 편의점에 600~640원에 유통한다.

중판만 놓고 보면 이익이 부수당 500원이나 남는다. 만약 총판과 중판이 ‘한 몸’일 경우 최초 신문사 공급가가 더 낮은 만큼 마진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총판들은 주요 일간지 외 상당수 일간지를 무가로 넘겨받거나 아니면 되레 보급비 명목의 돈을 받는 경우도 많아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현재 가정에서 공급받는 신문의 경우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월 1만5000원(한겨례·경향신문은 2만원)으로 신문 한부수당 약 500원이다. 총판과 차이점은 가정용은 연간 계약, 반품 불가 등의 조건이 전제로 붙기 때문에 시중 판매가보다는 저렴하다. 그러나 가정용은 지난 2008년부터 이 가격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가판용은 7년새 600원에서 33%(200원)나 올랐다.

이에 총판업체와 각 신문사 판매국은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총판은 신문사와 연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신문사 판매국과 커넥션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쉽사리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총판업체 독과점 유지…신규진입 불가능

이 같은 신문 가판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새로운 업체의 ‘신규진입’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존 총판업자들과 뜻을 달리하거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총판업체들끼리 담합을 통해 공급을 막아 아예 가판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다.

가판신문 시장은 크게 두 개로 양분화 되어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등 공공성이 강한 ‘관급영역’과 편의점 및 민간기업 등의 ‘민간영역’으로 나뉜다. 그러나 관급시장에서도 이들 총판업체의 ‘담합’을 저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상 제도권 밖에 있어 총판업체의 유통관계에 대해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본보가 최근 전국의 철도역사 편의점에 신문 유통을 맡은 한 중소벤처기업이 총판업체의 노골적인 ‘퇴출 행위’로 신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11월4일 ‘철도역사 가판대에 무슨일이...’ 기사 참조)는 내용을 보도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해당 사업 발주처인 코레일유통도 업자들끼리의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우리는 가판신문을 계약단가에 따라 납품을 받는 입장이지 중간 신문유통가격에 대해서 업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면서 “또한 그렇게 하는 것도 월권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만약 신문 공급에 지속적인 차질이 생겨 소비자들의 구독 피해가 커진다면 최선의 노력으로 서로 중재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할 의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신문협회 한 관계자는 “전국 철도역사 편의점이 300개 이상일 정도로 비중이 큰데 단순히 가판시장 업자들간 갈등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코레일유통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코레일유통은 지난 9월 전국 철도역사 스토리웨이 편의점 321개소에 총 326만8840부를 납품하는 사업을 공개입찰에 부쳤고, 예정가격의 96.4%로 최저가를 써낸 S업체를 선정했다. 양사는 2015년 11월 1일부터 2017년 10월 31일까지 2년간 신문-잡지 등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업체는 각종 홍보물 발간과 광고마케팅, 출판 등을 영위하는 미디어 벤처기업으로 신문 유통업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 이후 동아일보 등 6개 총판권을 갖고 수년간 이 사업을 맡아오던 K업체와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11개의 총판권을 보유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H산업을 중심으로 S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이들은 기존 유통가보다 높은 신문단가 및 보증금을 요구하고, 여기에 공급요청분의 2배 이상 구매를 강요하는 등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세우며 S업체를 압박했다.

S업체는 주요 신문사와 직거래를 추진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문사마다 “총판과 해결하라”며 거절, 현재는 유일하게 경향신문과 ‘특판계약’을 체결해 신문을 납품하고 있다. 나머지 신문들은 수십 곳의 일반 보급소 등을 통해 조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총판업자들이 ‘불법 유통’이라며 배달차량을 막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지난 12일 서로 구로구 구로동의 한 신문 총판업체(왼쪽사진)에서 비닐도 채 뜯지 않은 대량의 신문을 파기하기 위해 차에 옮겨 싣고 있다. 이날 이 신문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고물상(오른쪽)으로 넘겨져 파기됐다. (사진 = 독자 제보)

전날에 이어 13일에도 마찬가지로 서로 구로구 구로동의 한 신문 총판업체(왼쪽사진)에서 대량의 신문을 싣고 떠나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고물상(오른쪽)으로 옮겨 파기하고 있다. (사진 = 독자 제보)

총판업체들의 노골적인 ‘신생업체 죽이기’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총판업체들이 기존에 코레일유통에 납품하는 할당량 만큼의 신문을 그대로 한 데 모아 파기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지난 12, 13일 서울 구로구 모 총판에서 가판 신문을 한데 모아 경기 시흥의 한 고물상에서 그대로 파기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통상 팔리지 않는 신문에 대한 반품은 일간지의 경우 3~5일 단위로 수거가 이뤄지고, 주간지는 일주일 단위로 거둬 파기한다. 당일자 신문을 바로 파기하는 것은 흔하지 않는 일로 S업체의 공급줄을 끊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총판업체와 신문사들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기존 물량을 매입해 파기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8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S업체는 중소기업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수억원의 피해를 떠안아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주요 신문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위약금 10%(2억6000만원)에 손해배상(6개월치 공급물량 4억2000만원)까지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조사권 발동 요건이 되는지를 판단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르텔조사국 관계자는 “신문 총판업체들이 담합을 했는지 여부 등은 실제 조사에 착수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담합 성립의 가장 중요 요소가 경쟁업체들끼리 사전에 합의가 있었는지, 경쟁이 제한이 되어있었는지 등인 만큼 성립요건에 맞다면 합당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19조 1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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