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영결식, 선글라스 낀 비운의 은철과 통곡의 현철
흩날리는 눈발 속 치러진 영결식, 까치떼도 YS 배웅
26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영결식이 거행된 가운데 장례식 내내 볼 수 없었던 장남 김은철 씨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은철 씨는 손명순 여사와 차남 김현철 씨의 사이에 앉아 담담히 행사를 지켜봤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 권양숙 여사,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윤병세 외교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은철 씨도 손 여사 등 직계가족들과 함께 등장했다. 은철 씨는 검은 코트에 검은 중절모,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엄숙함이 유지됐다. 행사 시작 전부터 조금씩 내리던 눈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거세졌지만 내빈들은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와 문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은 시종일관 비통한 표정을 지었고 원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인상을 찡그리며 슬픔을 표시했다. 이 전 대통령도 간간이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고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이 나올 때 내빈들의 슬픔을 극에 달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흐느꼈고 현철 씨도 오열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일반인들도 대부분 비통한 모습으로 영상을 지켜봤으나 일부는 당시를 회상하며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익살스럽게 "학실히(확실히)"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조금씩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때 문 대표와 심 대표도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김 전 대통령이 김 대표와 함께 있는 장면이 나올 때는 김 대표가 문 대표에게 "저거 내다"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이날 영결식 내내 흩날리는 눈발은 슬픔과 비통함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켰다. 또한 황 총리가 헌화와 분향을 할 때에는 족히 백마리는 되어 보이는 까치 떼가 영결식 주위를 비행했다. 현장에서는 "까치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아쉬워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영결식에는 7천여명이 운집해 고인을 기린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영월에서 올라왔다는 한 80대 노인은 "오늘 너무 춥다"면서도 "고인이 야당 총재 시절 10번이나 응원하러 따라다녔다, 존경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한 중년여성도 "김 전 대통령이 집 한 채만 남기고 재산을 모두 사회환원 했다는 것에 대해서 감동받았다"며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훌륭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행사 도중 일반인석에서는 잠깐 소란스러운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결식 입장을 허가 받지 않은 한 중년 남성이 무턱대로 출입하다가 경호원에 붙잡힌 것.
검은 자켓에 파란색 체육복을 착용한 이 남성은 경호원들이 자신을 끌고 나가려 하자 "그만해라. 나 IS 아니야.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래!"라며 소리쳤다. 술냄새를 풍기던 이 남성은 "왜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추모하려고"라고 답했다. 본인을 '최경환'이라고 설명한 그는 "인생의 폭탄을 가져왔다"는 엉뚱한 말을 뱉으며 경호원에게 잡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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