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건수제 전환' 백지화…업계 '냉가슴'
업계 '전환비용' 지출+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우려'
자동차보험의 할인-할증 기준을 사고 금액에서 사고 횟수로 전환하려던 금융당국의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보험사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사고 규모와 상관없이 건수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가는 건수제로 일괄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기본적으로 점수제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보험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 상품 가격자율화를 위한 취지라는 금융당국의 설명에 “입장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업계에선 당국이 이번처럼 또 다시 갑작스럽게 ‘계획변경’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속내를 모르겠다”, “갈피를 못잡겠다”는 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시스템 전환 비용으로 인한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많게는 수십억원을 전환비용에 투입한 손보사도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백지화 조치는 건수제를 일괄 도입할 경우 중소 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건수제로 일괄 전환할 경우, 소액사고자에게 부담이 늘어난다.
임 위원장이 건수제 전환 계획을 철수한 것도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건수제는 차량 운행시간이 많고 경미한 사고가 잦은 중소상인들에게 불리하다’는 건의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업계 자율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여론의) 부담을 손보사에게 떠맡긴 모양새”라며 “자율화라고 하지만 또 다른 무언의 압박으로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점수제’는 자동차 사고처리 금액 등에 점수를 부과해 점수가 높을수록 보험료가 할증되도록 하는 반면 ‘건수제’는 사고 규모와 상관없이 건수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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