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시티의 선전과 더불어 라니에리 감독과 무리뉴 감독의 악연 역시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 게티이미지
얄궂은 운명이다.
이번 시즌 두 감독의 행보가 너무나도 엇갈렸다. 맞대결 패배는 물론 밥그릇 싸움에서도 늘 주제 무리뉴(52) 감독에게 밀렸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4) 감독의 역사가 이번 시즌 들어서는 완전히 뒤집혔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시즌이 절반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현재의 순위표는 너무나도 어색하다. ‘디펜딩챔피언’ 첼시도, 맨체스터 라이벌 맨시티와 맨유도 아니다. 1위 팀은 다름 아닌 레스터 시티다. 그저 만년 약팀의 깜짝 반란이고 축소하기에는 매우 탄탄하다.
반면 첼시는 거듭된 부진으로 상위권 입성은커녕 오히려 강등권에 가깝다. 4승3무8패의 첼시는 도무지 반등의 여지가 안 보인다. 15라운드에서는 본머스를 상대로도 승점 1점도 얻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했다.
어느덧 무리뉴 감독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도 잠잠해졌다. 선수 보강 실패와 컨디션 저하로 치부하기에는 첼시의 부진 정도가 너무나도 심각하다. 제 아무리 무리뉴에 대한 지지를 표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도 현재의 첼시 성적표만 놓고 보면 무리뉴의 자리 역시 위태롭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프리미어리그의 파란 물결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레스터 시티의 라니에리 감독은 싱글벙글이다. 그간 라니에리는 소방수 역할이 강했다. 위태로운 팀에 부임해 단기간에 분위기를 수습하는 역할이었다.
라니에리는 첼시의 2003-04 UEFA 챔피언스리그 4강과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아브라모비치가 무리뉴를 데려오면서 자리를 잃었고, 이후 여러 클럽을 전전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라니에리가 떠난 첼시는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왕좌에 오르며 리그 강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반면 라니에리는 유벤투스와 AS 로마, 인터 밀란까지 이끌었지만 팀을 오래 이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나코에서 잠시 기지개를 켜는 듯했지만 그리스 대표팀에서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번 시즌 레스터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라니에리는 레스터 시티에 빠른 역습을 적용해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이끌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푸른 물결의 대표 주자였던 첼시와의 승점차는 벌써 17점, 뒤집기에는 너무나도 큰 수치다.
레스터 시티의 선전과 더불어 라니에리 감독과 무리뉴 감독의 악연 역시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2004년 여름 라니에리는 포르투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무리뉴에게 첼시 지휘봉을 내줘야 했다. 첼시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무리뉴의 부임과 동시에 라니에리의 존재는 완전히 잊혔다.
두 감독의 악연은 2009-10시즌 이탈리아에서 절정에 달했다.
당시 인터 밀란의 사령탑이었던 무리뉴는 팀의 이탈리아 클럽 사상 최초의 트레블 우승을 이끌었다. 무리뉴의 인터 밀란이 모든 대회에서 우승한 사이 라니에리가 이끌었던 로마는 인터 밀란에 발목이 잡히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세리에A뿐 아니라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라니에리의 로마는 무리뉴의 인터 밀란 추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시간은 돌고 돌아 새 시즌 두 감독의 입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부진한 성적으로 연일 도마에 오른 무리뉴와 달리 라니에리는 비로소 빛을 발하며 레스터의 선두를 이끌고 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라니에리에 대한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여기저기서 칭찬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무리뉴는 연일 자신과 첼시에 향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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