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아빠' 탈출 소녀가 밝다고? "세상에 기대가 없는 상태"

장수연 기자

입력 2015.12.24 06:50  수정 2015.12.24 06:56

전문가 "자신이 걱정 많은지 없는지 구별도 못해"

"학대 기간이 2년? 최소 4년도 넘어 재조사해야"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인천에서 벌어진 11세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의 몸무게가 4kg 늘었다며 심리적 안정을 취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우려해야 할 마당에 잘한 일인냥 우리를 안정시키면 안된다"고 이같이 지적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초등학생 딸을 2년 동안 감금하고 학대한 아버지가 경찰에 검거됐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자신의 딸 A(11)양을 2년 동안 집에 가두고 굶기는 등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B(32)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상점 CCTV에 찍힌 A양의 모습.ⓒ연합뉴스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는 상태입니다. 걱정이 많은지 없는지 스스로 구분도 할 수 없는 아이였어요."

최근 인천에서 벌어진 '11세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을 직접 마주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의 첫 마디였다.

아동학대 치유 전문가인 신 의원은 22일 피해 아동이 정신과적으로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어떻게 갑자기 몸무게 4kg이 늘었는지, 이에 대한 부작용 증상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께 아동이 입원해있는 병원을 찾았다.

신 의원에 따르면 아이는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 다녔다. "가만히 있으면 괴로운 생각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걱정이 많이 되지 않느냐, 힘들지 않느냐'는 등의 질문에 "아니요"라며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아이의 시간은 여전히 끔찍한 학대의 고통 속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해석이다.

겉으로 드러난 아이의 '담담함'은 힘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표출된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체화된 속성이었다.

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감정이 많이 메말라있고 세상에 대해 기대가 없는 상태"라며 "아이가 얼굴을 찌푸려야 하는데 굉장히 담담하니까 '밝다'라고 말해선 안된다. 걱정없이 살아온 경험이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걱정이 많은지 없는지 구분도 못하고 있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 의원의 우려는 '아이의 (얼굴이) 밝다' '몸무게가 4kg 늘었으니 심리적으로 안정된 것' 등의 언론 보도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날 신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브리핑에서도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가슴 아팠던 국민들이 위로를 받는 상황"이라면서도 전문가들의 진단을 인용하며 이를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성장 전문가, 소아내분비 전문가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영양결핍에 시달렸을 경우에 갑작스런 체중 증가는 다른 신체에 큰 무리를 줄 수 있으니 걱정이라고 한다"라며 "오랜 영양결핍을 겪은 아이는 자세한 정밀검사를 통해서 결핍된 영양분, 미네랄부터 보충하고 계획된 방법으로 서서히 체중을 증가시키고 영양결핍을 풀어야만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신 의원이 본 병원에 입원해있는 피해 아동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사라져 있었고, 몸에는 기운이 빠져 쳐져 있는 상태라고 한다. 신 의원은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학대 기간이 2년이라는 것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감성 발달은 6세 이전에 많이 되는데 그런 감성이 한창 자라야 할 시기에 굉장한 결핍이 있었던 것 같다"며 "(2년간 학대 당했다는 것은) 아이에 대한 모독이다. 훨씬 오래 전 부터 학대 받은 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7~8살 아이의 평균 신장이 118cm인데 11살인 이 아이가 그렇다"며 "게임중독에 빠진 가해자와 함께 있던 여성의 진술에 의해 (피해 기간을) 2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학대 기간이 최소 4년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학대 기간을 적게 잡으면 처벌도 줄어든다"면서 "아동학대 수사는 가해자의 증언보다는 아이의 몸과 마음에 남아있는 물리적 증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해자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날 가해자들이 학대 사실을 인정하는 증언을 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 의원은 이에 대해 "사안이 강도 사건과 같은 사안이 아닌데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 같다"며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대 사실 증언만으로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동학대 조사의 A, B, C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며 "끔찍한 정신적 고통의 깊이와 오랜 기간의 (피해)부분을 모두 합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울러 신 의원은 현행 아동학대특례법에 대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아동학대특례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3조는 피해아동의 '후견인 선임'을 다루고 있다. 신 의원은 해당 조항이 '임무를 수행할 사람을 선임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했을 뿐 세세한 과정과 절차에 대한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지난번 개정은 주로 처벌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하는 정도였고 치료가 필요하고 후견인이 필요한 부분 등을 다 넣기에는 시간이 짧았다"며 "과정과 절차를 자세히 만들어야 조속히 후견인이 지정될 수 있다"며 법안 개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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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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