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택한 표도르, 콤비네이션 살아있나
신생단체의 MMA 경험 일천한 자이딥과 복귀전 ‘실망’
장신 스트라이커 상대로 콤비네이션 성공 여부 촉각
‘얼음황제’ 에밀리야넨코 표도르(39·러시아)가 복귀전을 치른다.
3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서 펼쳐질 ‘라이진 파이팅 월드 그랑프리 2015’가 그 무대로 상대는 196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싱 자이딥(28·인도)이다(MBC 스포츠플러스 생중계 시간= 3시~).
UFC를 택하지 않은 효도르는 복귀전을 반드시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복귀전 상대를 고르는 과정에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만큼, 패할 경우 쏟아질 비난과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전후만 놓고 보면 표도르의 위상이 많이 깎인 것이 사실이다. 예전의 명성 때문인지 표도르는 복귀 과정에서 너무 많은 루머를 낳았다. 컴백 무대로 벨라토르, UFC 등 여러 단체들이 거론됐지만 최종 행선지는 ‘프라이드 FC’ 사카키바라 노부유키 대표가 탄생시킨 일본 신생 종합격투기 단체. 이름값에 걸맞게 메이저 단체에서 강력한 상대들과 싸우기 바랐던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상대라도 급이 맞았다면 실망은 덜어낼 수 있었다. 긴 공백기 직후 최강자와 붙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상대 선택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UFC 라이트헤비급 정상권에서 경쟁해왔던 필 데이비스(30·미국), 비 UFC권 최강자 중 한 명인 무하메드 ´킹모´ 라왈(34·미국), UFC 챔피언을 차지했던 랜디 커투어까지 거론돼 실망한 팬들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이 정도 상대라면 표도르의 향후 행보를 기대할 수 있었다. 기량과 이름값에서 표도르와 경기를 가지기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라왈 등의 주전장이 라이트헤비급이라고는 하지만 표도르 역시 현 시점에서 헤비급치고 매우 작은 편이라 체급의 차이도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레슬링이 강한 그들을 꺾는다면 향후 행보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표도르의 복귀전 상대는 자이딥이었다. 킥복서로서 50전이 넘는 전적을 자랑하는 젊은 베테랑으로 국내 팬들에게는 2010년 세르게이 하리토노프(35·러시아)를 꺾은 선수로 유명하다. 2009년에는 K-1 월드 그랑프리 서울 8강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입식 전적(?)만 놓고 보면 표도르의 복귀전 상대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표도르와 자이딥은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겨룬다. 그런 점에서 MMA전적 1전 1승에 불과한 자이딥은 격에 맞지 않는 상대다. 팬들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던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표도르 전 매니저이자 러시아 단체 M-1 회장 바딤 핀켈슈타인은 루머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M-1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자이딥은 표도르와 싸울 만한 수준의 파이터가 아니다"며 공식적으로 대전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표도르는 자이딥과 겨룬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상대를 정해놓고도 패할 경우다. 그렇지 않아도 팬심이 흉흉한 가운데 종합격투기 초보 자이딥에게 진다면 표도르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패배의 파장에 따른 여파를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한다.
승리한 뒤 더 나은 상대를 골라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비난 여론은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하지만 자이딥은 쉬운 상대가 아닐 수도 있다. 경험이 일천한 스트라이커인 만큼 그라운드로 끌고만 간다면 공략이 쉽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하리토노프를 때려눕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스탠딩에서의 타격 능력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자칫 표도르가 돌격모드를 감행하다 카운터를 허용할 수도 있다.
신체조건마저 월등해 테이크다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돌입한다면, 리치를 살린 파이팅 스타일에 표도르가 당할 수도 있다. 은퇴를 앞둔 말년의 표도르는 그라운드보다 스탠딩을 더 선호했다는 것을 떠올릴 때 불안감은 커진다. 단순히 타격전만 벌인다면 자이딥은 결코 상대성에서 좋지 못하다.
전성기 표도르는 특유의 스피드를 활용한 콤비네이션이 일품이었다. 상대의 주위를 맴돌다 빠른 핸드 스피드로 ‘벼락 펀치’를 휘두르며 치고 들어가다가 거리가 좁혀지면 클린치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테이크다운을 연결시켰다. 이 같은 부드럽고 강력한 콤비네이션이 있었기에 크로캅 같은 강력한 타격가도 스탠딩에서 표도르를 쉽게 상대하지 못했다.
자이딥을 상대로 이런 콤비네이션이 나온다면 표도르의 몸 상태는 상당히 좋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랜 공백을 딛고 돌아온 전 황제에 대한 실망이 기대로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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