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운 꼈어” 자극해 18억 꿀꺽한 무속인 집행유예

법원 “절박한 심리 파고들어 해악을 입을 것처럼 적극적으로 속여”

불운이 꼈다며 수십 차례 굿을 하도록 유도해 18억 원을 뜯어낸 무속인 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3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는 피해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거짓말로 2년여간 거액의 굿값을 뜯은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무속인 A 씨(42)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08년 12월 피해자 B 씨는 처음으로 무속인 A 씨를 접했으며 이후 A 씨는 B 씨의 결혼,사업 등에 관련된 불안한 심리상태를 자극했다.

2009년 3월 A 씨는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어렵고 사업에 관재가 생긴다’고 말해 굿값으로 한 번에 1500만원을 받았으며 B 씨가 2011년 2월 사업상 문제로 고소당하자 ‘경찰에 로비해 사건을 무마시켜 줄 테니 돈을 보내라’고 말해 1억21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A 씨는 이러한 방식으로 2008년 12월 부터 2011년 5월까지 B 씨로부터 총 149차례에 걸쳐 17억9000만원을 뜯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A 씨 측은 "고학력자인 B 씨가 무속행위의 효험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굿값 등을 정해 무속행위를 요청했다"며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절박한 심리를 파고들어 무속행위를 하지 않으면 해악을 입을 것처럼 적극적으로 속였다. 피해자는 이를 믿고 무속행위에 응했던 것"이라며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긴 하지만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를 위해 2억5000만원을 공탁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한편 지난 12일에는 “굿을 하지 않으면 남편에게 귀신이 붙어 이혼하고 교통사고를 당한 삼촌이 죽을 것” “장군 할아버지의 노여움이 풀리지 않으면 아들이 죽는다”고 피해자를 속여 억대의 굿 값을 받아 챙긴 무속인이 징역 2년6개월을 확정 받은 바 있다.

해당 법원은 “피해자에게 불행한 일들이 곧 일어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정작 굿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기도로 대신했다”며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돈을 편취한 것”이라고 판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