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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 악단' 철수가 김정은 핵 버튼 누르게 했나?


입력 2016.01.06 14:30 수정 2016.01.06 17:32        목용재 기자

모란봉 악단 철수 3일 후 김정은의 '핵실험 명령'

중국에 알리지 않은 건 북중 갈등의 현실화 시사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2016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사전 예고 없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달 북한의 모란봉악단·공훈국가합창단의 중국 공연을 둘러싸고 핵, 장거리미사일 등과 관련된 북중 간 입장 차이가 벌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6일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실험 결단을 내린 시점은 지난달 12일부터 사흘간 예정돼 있었던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베이징 공연 철수 직후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수소탄 시험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하달했고 지난 3일 최종명령서에 서명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실험에 앞서 핵실험 계획을 사전 통보하고 진행해왔다. 지난 2006년 10월 9일 진행한 1차 핵실험을 6일 앞둔 시점에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시험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26일 앞둔 시점에서는 외부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안보리가 즉시 사죄하지 않으면 핵시험 등 자위적 조치 부득불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19일 앞둔 시점에서는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높은 수준의 핵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핵실험 준비가 완료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 공연단의 공연 내용을 둘러싸고 북중 간 대립이 일어나자 김정은이 돌발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공연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선전영상이 항상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공연 스테이지 뒤편 스크린에서는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장면이 나왔다. 지난 2012년 대규모 열병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ICBM인 KN-08도 등장한다.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는 북한 공연단의 철수 원인을 '공연내용'을 꼽은 바 있다. 당시 공연 스테이지 뒤편에 등장하는 영상내용을 두고 문제제기를 했을 가능성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안'에 "모란봉악단이 베이징에서 전격적으로 돌아왔던 것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 버튼을 누르게 한 계기였을 것"이라면서 "모란봉 악단 공연 과정에 대량살상무기 등과 관련된 장면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 중국이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공연이 진행되는 무대 뒤 영상으로 ICBM 발사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캡처

조 선임연구위원은 "모란봉 철수 자체가 이번 핵실험의 원인이었다고 보기보다는 모란봉악단을 둘러싸고 북핵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 핵실험음 급격하게 이뤄진 정황이 보인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도 본보에 "북한이 핵실험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유엔의 제재가 아니라 중국이었다"라면서 "지난해 당창건 70주년을 기념해 핵실험을 하려고 했는데 중국이 반발하고, 특히 류윈산이라는 거물까지 보내줘서 미뤘던 것이다. 하지만 모란봉악단 철수로 관계가 냉랭해지니까 김정은은 핵실험과 관련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업적 쌓기'를 위해 시기상 신년 초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월과 4월에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김정일 생일이 있고, 북한 내 가장 큰 정치 행사인 7차 당 대회도 5월초로 예정돼 있다. 특히 1월초 김정은 생일까지 앞두고 있다. '선전용 업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특유의 '돌발적', '즉흥적'인 정책 결정 성향도 한몫했을 가능성도 있다.

유동열 원장은 "시점으로 보면 북한의 대형행사가 상반기에 몰려있다. 이를 끌고 가려면 4차핵실험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특히 김정은의 생일을 앞두고 있어 집권 5년차를 맞이한 김정은에 대한 축포 차원의 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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