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묵직한 경고…보고 있나 악플러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1.08 09:01  수정 2016.01.08 09:04

자신 향한 비난 일색 악플러에 신사적 경고

뼈있는 일침, 인터넷 댓글 문화 바뀔지 관심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박병호. ⓒ 연합뉴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박병호(30·미네소타)가 수년간 자신을 비난해온 악플러에게 묵직한 일침을 남겼다.

박병호는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빅 리그로 진출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여기서 악플러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담담하던 박병호의 얼굴에 처음으로 난감한 표정이 떠올랐다.

해당 누리꾼은 ‘국민거품 박병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야구팬들 사이에 유명해진 인물이다. 닉네임에서 보듯 박병호와 관련한 인터넷기사마다 집요하게 악성 댓글을 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누리꾼들은 그의 닉네임을 줄여서 ‘국거박’으로 통한다.

박병호가 4년간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며 덩달아 국거박도 유명세를 탔다. 박병호가 뛰어난 기록을 세우면 세울수록 국거박의 비난도 집요해졌다. 특정 유명인을 타깃삼아 세간의 평가와는 정반대된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합리화하려는 악플러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보다 못한 넥센 구단은 이 악플러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장석 넥센 구단주가 이례적으로 인터뷰와 인터넷 방송 등에서 국거박의 이름을 언급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당연히 박병호도 국거박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박병호가 국거박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호는 해당 악플러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궁금증을 드러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던 박병호는 “사실 만나도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며 “단지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진을 구단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다. 만일 그 사진을 그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본인도 느끼는 것이 있지 않을까”하며 말을 끝맺었다.

박병호의 언급은 악플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분노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뼈있는 일침이었다. 박병호는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고 야구선수라는 점 때문에 악플러의 일방적인 인신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반면 국거박같은 악플러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삼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상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으로 쾌감을 얻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얼룩진 인터넷 댓글문화의 어두운 일면이다.

박병호의 지적은 용기가 있다면 통신망 뒤에 숨어서 비난하는 대신 당당하게 앞서 나서서 할 말을 하라는 우회적인 경고이면서, 한편으로는 용서의 여지 또한 남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을 이유 없이 맹목적인 미워하는 사람에게 만나고 싶다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단지 박병호와 국거박만이 아니라 유명인들에 대한 맹목적인 악플을 일삼는 누리꾼들에게 모두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박병호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에 도전한다. 국거박이 박병호가 처음으로 내미는 손길에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계속해서 익명의 공간 뒤에 숨어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더라도 끊임없는 악플을 달수도 있다. 야구하기 바쁜 박병호도 굳이 악플러가 반성하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를 비난하면 할수록 초라해지는 쪽은 악플러 본인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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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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