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후반기부터 가세했음에도 데뷔 2연속 완투승 기록을 세우는 등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비록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나마 막판까지 5강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로저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외국인 투수 중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에릭 해커나 밴 헤켄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후반기에 보여준 로저스의 존재감은 가히 이들을 뛰어넘고도 남았다.
국내 야구전문가들의 평가도 일치한다. 김성근 감독은 “내가 지금껏 데리고 있었던 최고의 투수”라고 극찬하며 “전성기의 선동열을 연상시킨다”고도 평가한 바 있다. 모 팀의 감독은 “클래스가 다르다. 솔직히 한국무대에서 뛸만한 선수가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로저스의 거취는 지난 시즌 종료 이후 한화의 뜨거운 감자였다. 한화는 당연히 재계약을 희망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로저스의 주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꾸준한 협상 끝에 결국 외국인 선수 최다 금액인 190만 달러에 로저스를 잡는데 성공하며 다음 시즌 도약을 위한 중요한 퍼즐을 완성했다.
이제 관심사는 로저스가 올 시즌 보여줄 성적이다. 시즌의 절반만을 소화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개막부터 풀타임을 소화해야한다. 한국무대 첫 경험임에도 엄청난 구위와 체력을 과시하며 완투형 투수로 활약했던 로저스이지만 지난해와 올해의 상황은 또 다르다.
지난 시즌 로저스의 기용방식은 사실상 포스트시즌을 연상시켰다. 당시는 한화가 5강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던 상황이었고, 로저스 역시 다소 타이트한 일정 속에 매 경기 많은 이닝과 투구 수를 감수해야했다. 하지만 올해는 풀타임 시즌을 보내야하는 만큼 로저스를 체력 관리에도 힘써줘야 한다.
국내 타자들이 이미 로저스를 경험해봤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 구단 코치는 “로저스가 뛰어난 투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국내 야구도 이제 전력분석이 많이 발전했고 국내 타자들의 대응 능력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몇 년째 타고투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타자들이 언제까지 로저스에게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로저스도 그만큼 국내야구와 상대 타자들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올해도 로저스가 좋은 성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화는 불펜야구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로저스가 합류한 후반기에는 권혁-박정진-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체력적 부담을 드러내며 구위가 하향세를 그리던 시점이었다. 로저스가 등판 때마다 이닝을 버텨야한다는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한화에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로 꼽히는 정우람이 가세했다. 여기에 스윙맨으로 활용 가능한 심수창도 있다. 기존의 필승조 3인방과 함께 불펜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면 로저스도 완투에 대한 부담을 덜고 완급조절이 가능해진다. 정근우를 중심으로 한 내야 수비라인의 안정 역시 로저스의 승리를 지키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올 시즌 한화가 로저스에게 거는 기대치는 선발투수로서 최소 15승, 200이닝 이상 소화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BO에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롯데 린드블럼(210이닝 )과 NC 해커(204이닝)뿐이다.
로저스는 지난해 10경기만 뛰고도 무려 75.2이닝을 소화했으며 이중 8이닝 이상 투구한 게 6번이다. 내년에 1선발로 최소 30경기 이상 등판한다고 했을 때 평균 7이닝 정도를 소화하면 200이닝 돌파가 가능하다. 한화 타선과 불펜이 지원사격이 더해지면 꿈의 20승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변수는 경쟁자들이다. 다음 시즌 KBO에서는 로저스 외에도 헥터 노에시라는 또 다른 거물급 투수가 등장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07경기에 출장한 노에시는 빅리그에서도 주로 선발로 기용됐다. 불펜 투수였던 로저스와 비교하여 빅리그 경력은 오히려 한 수 위라고도 볼수 있다. KBO 타자들에게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지만 기량에서는 로저스 이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이미 KBO 적응을 마친 니퍼트-해커-린드블럼 같은 선수들도 있다.
한화는 지난해 로저스가 합류하기 전까지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의 아픈 경험을 거울삼아 올해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김성근 감독은 만일 확실한 투수 영입이 어려울 경우, 로저스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두 자리를 타자로 채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현재 한화의 토종 선발진이 그리 두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로저스에 대해서는 신뢰가 두텁다는 것을 반증한다. 로저스가 올해도 한화 마운드의 구세주를 넘어 리그를 지배하는 최고의 외국인 투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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