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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들 일자리 주세요" 청년들 절규 조롱한 한국노총


입력 2016.01.19 17:20 수정 2016.01.19 18:0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노사정 합의 파기한 한국노총 위원장께 드리는 글

어른세대가 휘두른 칼에 사지에 몰리는 청년들 외면말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대회의실에서 노사정합의 파기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대회의실에서 노사정합의 파기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님, 저는 12월 1일 유난히도 추웠던 그날 국회 앞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국회 정문 앞에서 당신은 ‘노동개악’ 피켓을, 저는 ‘노동시장 개혁은 청년에게 희망입니다’ 피켓을 들었습니다. 도로를 마주하고 섰는데도 까마득히 먼 거리처럼 느껴졌습니다.

9.2%,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의 청년 실업률입니다. 최근 5년간 마땅한 학업이 없어도 ‘학생’이라는 자격을 유지하는 수료생, 졸업유예생, 학원가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포함한다면 일할 기회마저 갖지 못한 청년들의 수는 가늠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최근 5년간 청년고용이 증가한 기업이 25%에 불과하고, 2014년 신규일자리의 세대점유율은 20대가 가장 낮았습니다. 이렇듯 청년들이 일할 기회조차 적은 현실이 갖가지 통계에서 드러나는 실정입니다.

노동시장 개혁은 청년들에게 자기 능력에 맞는 일자리, 기성세대가 점유한 시장에 공정한 경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제도, 질 나쁜 일자리가 아닌 처우가 합당한 새로운 노동의 기회를 부여하는 길입니다.

같은 전공과 학점, 습득한 지식과 기술이 비슷한 수준이라도 10년 전 선배는 고연봉의 정규직으로, 후배는 비정규직을 택하거나 일거리를 찾아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미 카르텔을 형성한 중고차 시장에만 유리한 법 개정으로,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에 뛰어들어 성공하던 청년사장은 졸지에 폐업신세가 되었습니다.

갖가지 규제, 능력과 생산성과 상관없는 극단적인 임금구조, 정규직 중심의 과도한 특혜와 전혀 개선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서러움은 이제는 풀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17년만의 대타협이라던 ‘노사정 합의문’을 읽어봤습니다. “우리의 미래인 청년층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현재의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동 인식”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노사정위원회의 한 축인 위원장님은 19일 “정부와 여당에 맞서 전면적인 투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고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합의’라는 것이 언제든 파탄, 파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맞잡았던 그 손은 무엇이며 그동안의 대화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지난 12일 열린 노사정위원회의 ‘청년고용협의회’에도 한국노총 위원분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회의 등으로 인해 당일 불참 의사를 밝혔다지만, 이것이 노사정 합의 파탄 행보와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청년고용협의회는 노사정 합의에 따라 청년고용 확대 노력을 위해 마련된 특별기구입니다. 청년들의 취업고충, 이중구조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노총의 빈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지난 14일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 청년들의 한국노총 앞 절규 앞에 당신들은 비아냥으로 화답했습니다. 사무실로 찾아간 청년들에게 집기를 던지며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설명이나 대화 대신 무차별 폭언들 앞에서 “노동계도 청년일자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던 위원장님의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듭니다.

법과 제도의 힘은 엄청난 것이어서, 어른세대가 휘두르는 칼에 청년들이 사지에 몰리기도 하고, 도전과 꿈과 희망을 접을 수도 있습니다. 청년들은 아직 정책과 제도의 결정권자가 되기 힘들고, 집단을 형성해 저항할 힘이 크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지금의 노동시장의 구조로는 불공정과 기회의 박탈만 확인할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거리를 뛰쳐나와 “꿈도 희망도 잃었다”며 “삼촌들 내 일자리를 달라”는 청년들의 절규는 계속될 것입니다.

한국노총 위원장님의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은 그 많은 청년들의 절규를 외면한 것임에 다름 아닙니다. 이미 노동개혁 법안들도 조금씩 양보된 마당에 진전된 걸음이 아닌 퇴보의 길을 택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파기는 해놓고, 모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모습도 보고 듣기 민망합니다. 한국노총이 죽창과 쇠파이프의 노동단체가 아닌 예비 청년노동자들의 고뇌와 함께 하는 노조로서 돋움하기 위한 행보를 기대한 제가 실망스럽습니다. ‘이 땅의 청년들을 위한 진정한 노동조합은 없다’는 정답만을 확인한 씁쓸한 날입니다.

글/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노사정위 청년고용협의회 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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