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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원' 최경환, 행보는 당 대표급


입력 2016.02.02 10:09 수정 2016.02.02 10:14        장수연 기자

'진박연대' 밀어주기 나서 정작 자기 지역구는 못챙겨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신을 '평의원'이라고 강조하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행보가 남다르다. 당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로 내려가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최 의원만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대구에서 "대통령이 지금 죽을 지경이다. 의원들 억울하다고 하기 전에 반성부터 해야 한다"며 당 대표급 행보에 나선 것이다.

최 의원은 지난달 30일 대구 북갑에 도전장을 내민 하춘수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새누리당 로고가 새겨진 빨간색 야구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개소식의 당사자인 하 예비후보보다 더 큰 호응을 받으며 단상에 오른 최 의원은 "이 잠바를 2012년 대선 때 입고 처음 입었다. 이 자리에 선 김에 정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하 예비후보에 대한 소개는 10분 남짓이었다.

대신 최 의원은 개소식을 TK 현역 의원들을 비판하는 성토장으로 바꿔 버렸다. 그는 "힘 합쳐서 박근혜 대통령을 잘 모시라고 국회의원을 만들어 줬는데 박근혜 정부 기간 TK(대구·경북) 의원들은 뭐했느냐"라며 "(TK 의원들이) 박근혜 정부 성공을 도와주기는커녕 뒷다리를 걸거나 비아냥거리는 그거 말고 한 일이 어디 있느냐. 하도 잡혀서 발목이 잡히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질 정도"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반면 이른바 '진박연대'라 불리는 대구 지역 예비후보 6명(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정종섭 전 행정차지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이재만 전 동구청장,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하도 답답해서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나. 좀 도와 달라' 하신 말씀이 '진실한 사람'"이라며 "그걸 가지고 뭐 진박이니 마치 코미디하듯 조롱해서 되겠느냐"며 '진박'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최 의원 자신의 지역구인 '경산-청도' 활동에 대한 소식은 잠잠하기만 하다. '친박 세 결집' '유승민 직격탄' 등 계파와 관련된 보도는 연일 쏟아지는 반면 지역구 활동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맞이해 청도에서 민생행보, 지난달 9일 있었던 의정보고회 정도다. 심지어 민생행보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있었던 것으로 평의원으로 돌아오고 난 이후에는 이렇다할 지역구 활동이 없는 것이다.

최 의원의 향후 행보의 방향도 '진박 후보들'에 맞춰져 있다. 그는 오는 3일까지 진박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줄줄이 찾아가 힘을 보태줄 계획이다. 이날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남구), 윤두현 전 대통령 홍보수석(대구 서), 3일에는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의 개소식이 예정돼 있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 대표도 하지 않는 특정 후보의 홍보에 적극 나서는 최 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최 의원이 전날 대구 예비후보 개소식에서 '대통령이 어려울 때 TK 의원들은 뭐했느냐'고 한 데 대해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할 만한 소리지만, 특정 지역에서의 호소들이 후보에게 득이 될 수 있어도, 다른 지역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결국 현재 대구의 현역 의원들은 대구 시민이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어떤 누가 그분들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대구 시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사적으로 표심을 사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마당에 너무나 당연한 듯이 특정 후보를 특정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들은 전혀 수도권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경환 의원과 자칭 진박의 민낯'이라는 제목의 출처 불명의 글이 돌기도 했다. 글에는 "평의원인 최 의원이 대구까지 원정을 와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건 동료 의원에 대한 배신을 넘어 합법적인지를 따져볼 문제다" "최 의원의 처신은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겠다는 조폭적 행태로밖에 볼 수 없는 것" "대통령 목 조르는 당사자는 바로 최 의원 본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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