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남탓' 이재정 '무관' 예비교사들에 누리과정 왜곡
2016 중등 신규 임용예정 교사 연수서 '남 탓' 열강(?)
경기·인천교육청 "중등교사와 직접 관련…적절한 강연"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중고등학교 임용예정 교사를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누리과정과 관련, 교육청의 입장만을 설명하며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보육·교육과정 예산 문제와 관련, 정부-교육청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교육감들이 누리과정과 관련이 없는 중고교 예비 교사들에게 누리과정의 예산 관련 강연을 한 것은 강연 대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특강이었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현재 정부와 일부 교육청은 누리과정 사태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교육청은 재정여건상 누리과정 전체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무상보육 공약을 내건 박근혜 대통령, 즉 중앙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해 이미 교부했으며, 지자체에서 교육청에 주는 전입금이 증가해 교육청의 재정여건이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광주·강원·전북 등 3개 교육청의 재정 여건을 분석한 결과, 예산을 전액 편성하기로 한 대전·충남교육청보다 양호하거나 유사해 교육감들의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어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5일과 12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된 ‘2016 중등 신규 임용예정 교사 직무연수’에 참석해 특강을 하던 중 누리과정 사태와 관련한 교육청의 입장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연수에 참석한 한 예비 교사의 전언에 따르면 이재정 교육감은 ‘경기도 교사로 첫걸음을 떼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특강을 진행하던 중 현 누리과정 문제와 관련, 정부 주장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 책임과 관련해 정부와 교육청의 주장이 갈리는 상황에서, 이 교육감은 교육청의 주장을 담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띄워가며 정부 조치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중등학교 예비 교사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22일 ‘데일리안’에 “누리과정과 관련해 특강에서 일정부분 할애해서 말씀하셨던 것은 맞다”며 “교육감께서 특강을 하실 때 특강 대상자의 임무와 역할에 맞는 말씀을 하시되, 교육계 현안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씀을 하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교육감께서 신규 임용 교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누리과정을 비롯한 교육계 주요 화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은 특별히 본안의 취지에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누리과정 같은 경우에는 실제 (초·중·고)교육현장에서 많은 피해와 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 중 하나기 때문에 설명하시는 것이 적절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기교육청 측은 지난해부터 누리과정 전체 예산을 지방교육청이 담당하게 되면서 학교 운영비 5%, 각급 기관 운영경비 20%를 무리하게 삭감했고, 이에 따른 여파로 초·중·고교 학교 현장에 필요한 교육재정이 부족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고등 예비 교사들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이들을 상대로 현재 교육청이 처한 상황과 교육재정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인천광역시 중고등 임용 교사 연수에서도 벌어졌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지난 11~13일 인천광역시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된 ‘2016 중등 신규임용예정교사 직무연수’ 마지막 날(13일) 오전, 약 50분가량의 ‘교육감 특강’을 진행하면서 중등 예비 교사들을 대상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누리과정 문제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을 홍보했다.
당시 강연을 들은 예비 교사에 따르면 이청연 교육감은 준비한 영상자료를 통해 교육감 당선 직후 자신의 대표적 치적과 인천의 교육 현황 등을 언급하던 중 누리과정 간담회 사진과 뉴스보도 등을 영상에 띄우고 약 10분가량 교육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 교육재정 현황에 대해 교육감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중고교 교사들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문제”라며 “인천 교육재정 현황에 대해 설명하는 가운데 무상보육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고, 전체 교직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교육감께서 (입장을) 홍보하고 설명한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청의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 매년 계속되고 있는데, 교육가족들이 어떤 이유로 학교에 충분한 재정이 없는지 이해한 상태로 교직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그런 배경에서 교육감께서 교육청의 입장에서 충분히 (누리과정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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