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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를 넘는 강경 발언, 광주 간 김종인 폭탄 선언


입력 2016.02.25 19:06 수정 2016.02.25 19:14        광주 = 데일리안 이슬기 기자

고소 경고에도 "탈당 의원 중 컷오프 대상 명단도 발표"

햇볕정책 두고선 "북이 핵 가졌는데 이젠 대북정책 진일보해야"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25일 광주를 방문해 '광주 선언'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탈당한 의원 중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명단마저도 발표하는 게 좋겠다. 오늘 내로 명단이 나올 거다."

'공천 칼자루'를 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발언에 한 순간 당직자들의 낯빛도 달라졌다. 더민주에 등돌린 호남 민심을 돌이키게 하겠다며 25일 광주를 직접 방문해 '광주 선언'을 발표한 자리에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더민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회견문을 낭독한 뒤, '호남 공천 개혁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컷오프 명단에는 이미 탈당한 분들도 포함됐지만, 그 11명이 발표되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홍창선 공관위원장에게도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당 탈당파로 구성된 국민의당과 야권 심장부에서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4.13 총선에서 목표 의석수를 묻는 질문엔 탈당 의원들의 명분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 대표는 "안철수 의원은 대권 후보로서 길을 닦기 위해 탈당했지만, 나머지 분들의 탈당 명분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며 "호남 유권자들은 결국 내년 대선 때 수권정당으로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정당이 과연 어디인가에 최종 관심이 있으리라 본다. 그간 호남 유권자의 성향을 볼 때 호남 선거 결과에 대해선 비관적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특히 호남에서 대대적인 추가 물갈이도 예고했다. 그는 "더민주 호남 의원들께는 죄송하지만, 의정활동이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평을 받고 있다"면서 "과거에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이 되고 거기서 엔조이하며 안주하는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김 대표가 이같은 발언을 한지 1시간 뒤, 국회에선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이 더민주 잔류를 선언했던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광주 북구갑)에 대한 전략공천을 발표했다.

사실상의 '김종인 독트린' 선포에 국민의당에선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정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남의 당 소속 국회의원들 컷오프 명단을 확인해준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명예훼손과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컷오프 관련 더민주는 남의 당 국회의원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며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평가할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껏 날을 세우긴 했지만 국민의당도 김 대표의 공세 수위에 적잖게 놀란 모습이다. 당초 더민주 소속 광주 의원들이 대부분 탈당한 데다 최근까지 수도권 일부에서 선거연대설까지 거론된 만큼, 광주에서만큼은 더민주가 국민의당과의 전면전을 피할 거란 예상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번 '탈당자 컷오프 공개' 선언으로 탈당파 의원들의 숨통까지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아울러 더민주 내에서도 '이정도일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류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파 중에 컷오프 들어갔던 사람을 공개하겠다는 건 연대고 뭐고 국민의당과 아예 확실히 갈라서겠다는 거다. 확실히 죽여놓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 광주 북구갑 전략공천 결정에 대해선 "소위 친노 주류였던 사람들에 대해서 마음먹고 보여주기식으로 아주 엄하게 해서 여론을 얻어보겠다는 걸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정체성 논란이 일었지만, 김 대표는 광주에서도 햇볕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의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한다"며 "햇볕정책은 평화통일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으나 북 상황이 변해서 현재로서는 그와 같은 것을 추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의 당 기조대로 박근혜 대통령표 '통일대박론'의 막연함을 비판하며 구체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광주에서의 발언인 만큼 논란이 되기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당 공동선대위원장직까지 거론됐던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전날 홍의락 의원이 비례대표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김 전 의원이 '중대 결심'까지 운운하며 반발했지만, 김 대표는 "현재 상태에서 어제 발표한 컷오프를 취소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우리 당헌당규상 일단 그렇게 결정난 것을 어떻게 취소하라는 건가"라고 못 박았다.

또 국민의당이 "진정한 호남기반의 당은 광주선언을 한 적이 없다"며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한 것과 관련, 김 대표는 "그 사람들이 하는 소리에 대해 내가 뭐라고 대응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한 마디로 일축했다.
 
한편 문희상·노영민·김현 의원 등 소위 친노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된 데 이어 20% 컷오프를 통과한 의원들 역시 정밀 심사를 거쳐 '추가 물갈이'를 앞둔 만큼, 김 대표의 거침 없는 행보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수도권 재선 의원은 "완전히 전제군주지. 그렇다고 누가 지금 뭐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김종인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김종인식'으로 하겠다고 선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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