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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 파문' 급수습한 친박계의 다음 한수는?


입력 2016.03.03 04:07 수정 2016.03.03 04:11        장수연 기자

친박계 "최고위서 봉합 결정했다면 합리적 이유 있을 것"

전문가 "전략공천·현역 컷오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의 '공천 살생부' 파문이 재발방지를 약속한 김무성 대표의 공식 사과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언성을 높이던 친박계 의원들도 살생부 논란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공감하고 일제히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에 급작스럽게 잠잠해진 친박계의 다음 한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김재원 의원은 2일 'KBS 라디오'에 나와 "당 대표가 (공천 살생부에 대해) '비분강개했다' '공천장을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등 강하게 말씀하셨다는데 왜 그런말을 했는지 의혹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선 "당 대표가 사과를 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봉합)결정했다면 내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여러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이것(살생부)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김 대표가 사과 외에 다른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당에서 논의가 있다면 따라야겠지만 지금 상황은 마무리된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는 “당헌당규로써 상향식공천이라는 기본제도를 만들고 또 공천제도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서 공천의 절차와 과정과 그 내용을 충분히 규정을 하고 그에 따라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공천관리위원회의 판단과 절차를 믿어주면 좋겠는데, 그런 데 대해서 물론 불안감이 있고 한 것은 누구든지 똑같겠지만 당 대표와 중진의원이 나서서 그러한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을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다른 친박 핵심인 유기준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중요한 시기에 당 대표가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충격"이라며 "집권여당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하는 그런 일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그 의혹을 당당히 밝히는 게 좋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이내 당내 전반적인 분위기를 거론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는 "한편으로는 (김 대표가) 사과를 했고, 또 공관위의 활동에 대해 공정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갔다. 당의 화합과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되는 방향이라면 일단 수용은 가능하다"며 "계속해서 이런 시비가 발생하고 또 이로 인한 분란이 있는 경우 정확한 진상경위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초선 이장우 의원은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유언비어를 만들어 당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공천관리위의 역할을 축소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런 일을 행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내 아주 확실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작전상 일보 후퇴를 택한 친박계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친박계가 공천관리위원회가 앞으로 발표하게 될 우선추천·단수추천 선정 지역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관위는 이르면 오는 4일 1차로 선별한 우선추천·단수추천 및 경선대상 지역구와 그 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당헌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이나 사전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해 당이 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는 부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불가방침을 내세운 '전략공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후보자가 1명이거나 복수의 후보자 중 경쟁력이 월등한 후보자 1명에게 공천을 주는 단수추천도 '컷오프' 논란 등과 맞물려있다. 이와 관련해 한 공천관리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역 의원들 중에서 사전 여론조사를 했는데 다른 경쟁자들보다 현격히 지지율이 낮다면 당연히 볼 것도 없이 아웃"이라고 밝혔다. 당 지지율에 못 미치는 현역 의원들도 컷오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살생부 논란의 핵심은 당내 친박계-비박계의 공천 권력 투쟁"이라며 "김무성 대표는 상처를 받으면서까지도 살생부라던지 찍어내리기 식의 공천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 것이고, 친박계는 이한구 공관위원장 쪽으로 힘이 쏠린 만큼 이제는 김 대표도 공천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하는 두 이해관계가 맞물려 봉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친박계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상향식 공천제에 위배되는 전략공천은 아니지만 우선추천이나 단수추천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전략공천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 대표에게 명분을 주는 셈이지만 대구·경북이나 강남에 우선추천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논란이 되겠지만 김 대표도 그 정도 선에서는 양보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겉으로는 '공천 살생부' 파문이 봉합됐지만 속으로는 친박계와 김 대표 간의 공천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오늘(2일)이나 내일(3일)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되면 지역별로 컷오프를 발표하는 등 경선 일정에 들어가야 하는데 진척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계파 간 갈등이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친박계는 김 대표가 힘이 빠진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전략공천, 현역 컷오프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고 김 대표는 이것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비박계 결집을 주도할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공천권이 김 대표에게 있으니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합의를 하지 않고는 우선추천·단수추천 지역을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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