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남겠다던 박지원, 지금 국민의당 입당 이유가...
국민의당 지지율 급락에 따른 '상황변화'와 '호남맹주' 욕심
전·현직 리더들만 잔뜩 모아놓은 '복마전', 우려도
국민의당 지지율 급락에 따른 '상황변화'와 '호남맹주' 욕심
전·현직 리더들만 잔뜩 모아놓은 '복마전', 우려도
'무소속의 길을 가면서 야권의 통합에 전력을 다하겠다'던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합류했다. 박 의원은 2일 합류 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초 무소속으로 '야권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던 박 의원의 전격 합류 이유에 정가의 관심이 모인다.
박 의원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합이 되지 않으면 현재의 심정은 무소속 그대로 해나가겠다" 며 무소속 출마 의지를 보였었다. 그는 "김종인 대표, 박영선 의원 등 여러분이 제 복귀를 바랬고 국민의당에서도 몇 분의 의원들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는 생각을 거듭 확인해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 박 의원이 이렇게 무소속 출마를 강조한 것에는 분명한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있었다. 바로 '몸값 올리기'다. 이날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무죄가 입증된 박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어디로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호남을 두고 총선까지 쟁투를 벌여야할 두 당으로서는 야권의 승기를 잡기위해 호남에서 큰 지분을 가진 박 의원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칼자루는 박 의원의 손으로 넘어왔고 지역구 사정이 급박하지도 않은 박 의원으로서는 선거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몸값이 최고점을 찍는 결정적인 순간에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2일 박 의원은 이런 관측을 깨고 국민의당으로의 합류를 결정했다. 이미 주초부터 박 의원 합류설은 시나브로 보도됐었지만 이날 오전 안 대표의 '(박 의원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하는 3일 오후엔) 부산일정이 있다' 발언으로 '박 의원 합류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던 만큼 박 의원의 합류는 전격적이었다.
정가에서는 박 의원의 합류에 대해 '급변한 상황에 따른 전략 변경'이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이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사이 서로 엇비슷한 평형을 이루며 박 의원에게 구애의 손길을 열렬히 뻗쳤어야할 두 당중 한 쪽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박 의원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국민의당은 2일 발표된 데일리안의 3월 첫째주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한 자릿수 당 지지율을 보이는 등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급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미미해진 상황에서 도와줘야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박 의원은 우선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자신감이 붙은 상태고 국민의당의 불안한 지지율을 본인이 가세한다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 합류했을 것"이라고 봤다. 박 의원이 호남에서조차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이 '소방수' 역할을 자처한 속내에는 '호남 맹주'에 대한 욕심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호남에서의 맹주로써의 자리를 누군가는 차지해야하는데 박 의원으로서는 그 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박 의원이 2일 동교동계와 함께 국민의당으로 합류를 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면서 "호남에서 동교동계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데 이들과 함께 합류를 한 것 자체가 본인이 호남 맹주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한 박 의원의 합류 후 행보를 '백의종군'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당장 급한 것은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인 만큼 선거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라도와 광주에서 제1당이 될 수 있다면 호남지역의 맹주당(黨)이 되는 것이고, 국민의당 구성원들을 봤을 때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본인이 맹주가 되려는 생각과 결국 일치하게되니 합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의 합류가 마냥 시너지 효과만 낼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의원의 합류가 득일지 실일지는 선거를 해봐야 아는 것인데 동교동계의 향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전·현직 리더들만 잔뜩 모아놓은 국민의당이 점점 복마전(伏魔殿:마귀가 숨어 있는 곳. 화의 근원지)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