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레알이 올 시즌 우승에 실패할 경우, 지단을 대체할 후임 감독을 물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빌바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유벤투스) 등이다.
지단은 설명이 필요 없는 유럽축구와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다. 인내심 없기로 유명한 레알에서 드물게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키워온 지도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올 시즌 조기경질 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레알 1군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다른 감독후보들이 레알 제의를 거절하면서 대안이 없었던 수뇌부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인상이 강했다.
지도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지단은 우려와 달리 감독 부임 이후 안정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리그 맞대결에서 아쉽게 졌지만 다른 경기에서는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베니테스 감독 체제에서 어수선하던 라커룸 분위기를 수습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한 것은 지단 감독의 카리스마 덕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레알은 이미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에 밀려 리그 3위로 추락하며 우승 경쟁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국왕컵에서는 지단 감독 부임 이전에 이미 탈락한 상황. 사실상 UEFA 챔피언스리그만이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는 유일한 대회지만 현재 레알의 전력으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쟁쟁한 강호들을 넘어 우승할 확률은 크지 않다. 현지 언론들은 UCL에서 탈락한다면 레알의 감독 교체가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알의 전례를 볼 때 인내심 없는 감독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레알은 지난해에도 구단에 라 데시마를 선사했고 선수단의 신망도 높던 카를로 안첼로티가 한 시즌 무관에 그치자 바로 경질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작 안첼로티를 내치고 데려온 베니테스는 오히려 그보다 수준 미달의 감독이었고 우려한대로 5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쫓겨났다.
지단은 정작 구단 역사상 손꼽히는 레전드 출신이다. 시즌 중반에 대타로 투입되어 자신만의 팀을 구상할 기회마저 얻지 못했다. 그런 지단에게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구단 운영과 감독의 권한까지 침범하기로 악명 높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라면 충분히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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