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무관' 히딩크 마법도 흐물흐물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3.15 00:01  수정 2016.03.15 00:03

FA컵 8강 탈락으로 더 이상의 동기부여도 어려워

천하의 히딩크 감독이라도 이변을 기대하기에는 첼시의 전력이 너무나 약해졌다. ⓒ 게티이미지

거스 히딩크의 마법으로도 첼시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까.

첼시의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관이 확정됐다. 첼시는 13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FA컵’ 8강에서 에버턴에 0-2로 패했다.

첼시는 최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파리생제르맹(PSG)에 1,2차전 합계 2-4로 패해 16강에서 탈락했다. 리그 순위는 초반 부진을 딛고 어느덧 10위까지 올랐지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진입은 물 건너갔다.

히딩크 감독이 7년 전 2008-09시즌 후반에도 첼시의 소방수로 투입되어 챔피언스리그 4강, FA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낸 것과 비교하면 두 번째 도전은 사실상 좌절로 끝났다.

히딩크 감독의 커리어가 어느덧 막바지에 와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두 번째 첼시행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도전이었다. 2002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숱한 팀을 성공으로 이끌며 ‘마법사’로 주가를 높였지만 최근 몇 년간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대표팀을 이끌던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행 실패를 시작으로 터키대표팀의 유로 2012 본선행 실패,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리그 우승에 또 실패했다.

2014년에는 브라질월드컵 3위를 차지한 네덜란드 대표팀의 지휘봉을 다시 잡았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네덜란드는 유로 2016 본선행조차 좌절되는 굴욕을 겪었다.

연이은 실패는 히딩크 감독의 명성에도 큰 흠집을 남겼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2002년의 영웅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네덜란드와 유럽 현지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었다.

첼시에서의 두 번째 도전은 히딩크 감독의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첼시의 전력이 많이 망가져있기는 했지만 선수단 장악에 능하고 단기전에 유난히 강한 히딩크 감독의 경험을 고려할 때 반전을 기대할 만했다.

결과적으로 히딩크 감독의 소방수 투입 자체가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첼시는 적어도 리그에서는 무패행진을 이어갔으며 디에고 코스타, 존 오비 미켈,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 등 무리뉴 감독 시절 극도의 부진을 겪던 선수들의 경기력이 회복되는 효과도 가져왔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데 능한 히딩크 감독의 역량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천하의 히딩크 감독이라도 이변을 기대하기에는 첼시의 전력이 너무나 약해졌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격돌한 PSG는 이미 첼시보다 월등한 전력을 지닌 팀이었다. 얇은 선수층의 한계로 주전들을 대체할 만한 백업 멤버도 부실했던 첼시는 FA컵에서도 믿었던 주전들이 부진하면서 에버턴에 맥없이 일격을 당했다.

히딩크 감독은 예정대로 올 시즌을 끝으로 첼시의 지휘봉을 내려놓을 전망이다. 후임으로는 안토니오 콩테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남은 시즌 최대한 팀을 추슬러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티켓이라도 노려야하는 상황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이자 한국축구와 인연이 깊은 명장이 쓸쓸하게 지도자 커리어의 끝을 향하는 모습을 보는 한국 축구팬들도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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