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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도 비례 신청, 새누리로 집결하는 운동선수 출신


입력 2016.03.15 12:24 수정 2016.03.15 14:16        문대현 기자

이에리사·문대성은 당의 부름 받아 입당, 이만기는 자진

허정무 "정부여당 추진하는 정책 공감가는 바 많았다"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신청했다. 현역 신분인 이에리사·문대성 의원을 비롯해 이만기 후보에 이어 허 전 감독까지 새누리당에 합류했다. 야당에 비해 유독 여당에 운동선수 출신들이 몰리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신청 접수가 마감된 가운데 이날 바둑계 원로인 조훈현 9단을 비롯해 허 전 감독과 방송인 로버트 할리 씨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대거 지원했다.

허 전 감독은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엘리트 체육 뿐 아니라 생활체육도 다시 한 번 발전시켜야 한다"며 "국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지원했다"고 밝혔다. '당이 먼저 제안을 한 것이냐'는 질문엔 "주변에서 제도권에 들어가 힘을 써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권유를 많이 받았을 뿐"이라며 부인했다.

조 9단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입당설이 제기됐고 최근 공식 입당을 선언,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와 상견례까지 마쳤지만 허 전 감독의 입당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미 새누리당에는 탁구인 출신 이 의원과 태권도인 출신 문 의원이 있는데다가 씨름인 출신 이만기 후보가 20대 공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또 한 명의 스포츠인이 새누리당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조 9단 역시 체육인 출신으로 볼 수 있지만 체육이라는 게 몸을 쓰며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개념임을 고려할 때 조 9단은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당 제안에 응답한 이에리사와 문대성, 돌고 돌아 다시 온 이만기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사라예보의 기적'의 주역 이에리사 대한체육회 선수분과위원회 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오랜기간 탁구선수와 감독직을 수행하며 쌓은 덕망과 열정,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2006 도하하계아시안게임·2008 베이징올림픽 총감독을 경험하며 체육계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높게 평가해서다.

이 위원장은 9번이라는 여유있는 순번을 배정 받아 의원이 됐고 4년간 체육계를 위해 의정 활동에 힘 썼다. 이 의원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당으로부터 비례후보로 와 달라는 제안을 받고 온 것이지 그 내막을 알 수는 없다"며 입당 당시를 떠올렸다. 이에 따르면 그는 당초 정계 입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가 당의 러브콜에 고심 끝에 응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 의원도 당의 제안에 응한 경우다. 그러나 문 의원은 새누리당에 제안에 앞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으로부터 먼저 오퍼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 의원의 측근에 따르면 야당의 제안을 먼저 받았지만 이후 새누리당에서 문 의원을 잡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고 이로 인해 문 의원이 지금의 당적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에는 문 의원 본인의 보수적 성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단수후보로 추천된 이만기 후보는 당적을 수차례 바꾼 경험이 있다. 이 후보는 16대 총선에서 마산 합포구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에서 탈락했고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낙선했다가 이번에 다시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최근 한 언론에 "그 때는 철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남 의령 출신의 이 후보는 경남 김해 소재의 인제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지역 출신 특성상 새누리당 소속이 되는 것이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해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이 먼저 이 후보에게 입장 제안을 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 의원과 문 의원 그리고 이 후보가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은 위에 언급한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상대적으로 엄격한 정형화 된 운동선수 생활을 해온 것이 보수적인 성향을 갖게 되게 했었던 점도 있었을 거라 보인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하더라도 과거 체육계에서는 상명하복에 의한 문화가 상당히 강했으며 선수들에게 개인의 개성보다는 단체 생활의 중요성이 더 강조됐다. 정가에 밝은 한 보좌관은 "엄격하고 폐쇄적인 운동선수 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 국가관과 조직감을 중요시 여기는 보수 집단과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정당이 본인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때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위에 거론된 인사들은 흔히 '성공한 스포츠인'이다. 자신의 종목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득권의 반열에 오른 데다가 나이마저 기성세대에 속한 이들이 보수성향의 집단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체육계 개선 위해 정부 도움 받을 것 많다"는 허정무, 당선 가능성은?

이 가운데 허 전 감독은 새누리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하는 것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앞으로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게 많다는 논리다.

허 전 감독은 14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대표팀 감독을 지내면서 현장에도 있고 행정 분야에도 있었지만 구조적으로 개선할 점이 많다"며 "여야를 떠나서 내가 체육계 대표로 제도권에 들어가서 역할을 해 달라는 주위의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체육이 국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진다. 과거 국가 간 총칼로 싸웠다면 이제는 스포츠 대결이 펼쳐지며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스포츠가 중요하다"며 "또한 국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건전해질 수 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기왕 시작한 거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야당에 비해 여당에는 체육계 인사들이 몰리는 것 같다'는 시선에는 "기왕이면 야당에서도 체육계를 위해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며 "전문 분야에서 부족한 점에 대해 도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여야 막론하고) 포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허 전 감독의 비례 신청이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내고 FIFA 부회장까지 올랐던 정몽전 전 대표의 권유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허 전 감독은 이에 대해 "사실은 내가 얘기를 먼저 드리고 의논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했다"며 "앞으로는 의논 할 예정"이라고 부인했다. 과거 정 전 대표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인물 역시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 전 감독의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 체육계를 대표하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이미 조 9단이 문화·체육계를 대표로 나서기 위해 당에 입당한 상황이라 겹친다는 당내 일부 의견도 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것은 장점이지만 새누리당이 시간에 쫓겨 상향식 비례 공천을 실행하기 힘들어진 만큼 그것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허 전 감독의 정계 진출시도에 대해 "다양한 전문인들의 국회 진출은 좋지만 문제는 직접 정치에 나서서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며 "당에서 상징적으로 한 명 정도 대중적으로 얼굴이 알려지는 사람을 끼워넣을 수도 있지만 우선 자기가 맡은 분야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전 감독은 "조 9단을 체육인으로 보기에는 좀 거리가 있다고 본다"며 "바둑이나 당구도 스포츠로 인정받았지만 실제 국민들이 생각하는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다. 나도 바둑을 좋아하지만 조 9단을 문화계 대표로 볼 진 몰라도 체육계 대표로 보기엔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대표성을 강조했다.

한편 15일 공개된 제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자 명단에 따르면 임은주 전 강원FC 대표이사도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했다. 축구인 출신이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신청한 것은 허 전 감독에 이어 임 전 대표가 두번째다.

임 전 대표는 1990~1993년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지냈고 이후 1997년부터 국내 최초로 여자축구 국제심판으로 활약했으며 한국 심판으로는 FIFA 여자월드컵에 나서기도 했다. 2005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성위원을 지냈고 2013년부터 3년 간은 강원FC 대표이사를 맡았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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