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재판…"살해 의도 없었다"
아버지 측 “중상 입은 아들, 방치해도 자연 회복될 것으로 생각”
초등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토막 내 3년간 냉장고에 유기한 '부천 초등생 토막시신 사건'의 부부가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1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는 살인·사체훼손·유기 등의 혐의로 아버지 최 씨(33)와 어머니 한 씨(33)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최 씨와 한 씨는 검찰의 공소내용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살인혐의는 강력히 부인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전날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방치한 것이 아니다"며 "피고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들도 그럴 거라는 생각으로 놔뒀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씨 측 변호인 역시 “아동학대 부분과 사체은닉 등 모든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 측에 “피고인들이 ‘미필적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 등으로 기소됐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 성립 요건이나 고의를 인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증거를 신청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들은 한 씨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증거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한 씨 측이 증거 의견을 정리하지 못해 약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다음 재판은 4월 15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최 씨는 최초 수사 당시 아들의 사망 원인에 대해 “욕탕에서 넘어져 뇌진탕을 입은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가 이어지자 한 씨는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 최 씨가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차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게 하거나 눕혀놓고 발바닥을 때리는 등 2시간에 걸쳐 아들을 때렸다”고 진술해 조사 방향은 학대치사로 변경됐다.
이후로도 최 씨는 아들에 대해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경찰은 “90㎏의 성인이 16㎏에 불과한 7세 아들을 이처럼 때릴 당시 죽을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최 씨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최 씨의 혐의에 대해 살인죄가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폭행치사의 경우에는 사체 유기 혐의가 더해지더라도 두 죄의 최고형량을 합친 징역 22년 이상밖에 선고될 수 없다. 앞서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9살 딸이 숨진 ‘울산 계모 사건’도 범인은 살인의 고의성을 부정했으나 이례적으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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