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청 '활짝라운지' 노숙자 주거지? 시민청도 '골머리'
시민들 "시민청에 시민은 없고 노숙자만 있는 슬럼가 될까 우려"
시민청, 시민들 발길 끊길까 조마조마..."2시간에 한 번씩 순찰"
서울시청 지하에 마련된 시민들의 공간인 ‘시민청’에 남루한 차림의 노숙자들이 제 안방인 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일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올해 개관 3주년을 맞은 시민청은 하루 평균 약 5000여 명의 시민들이 다녀가는 대표적인 시민공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공공 에티켓을 준수하지 않는 몇몇 노숙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을 위한 휴식과 만남의 공간이자 다양한 콘서트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민청 내 ‘활짝라운지’에는 최근 부쩍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이 아닌 남루한 차림의 노숙자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가끔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쥔 근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도 하지만 자리를 잡고 누운 노숙자들의 뒤척임에 금세 자리를 뜨는 경우가 예사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활짝라운지'를 차지하고 앉은 노숙자들을 보고 착잡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첼로’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지난해 12월 시민청에 들른 일화를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며 “‘활짝라운지’는 시민들의 공연장소이자 휴식장소인데 노숙자들이 모여 진을 치고 있는 걸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든다”며 “저들이 모이는 걸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저러다 시민은 없고 노숙자만 많은 슬럼가가 되는 건 아닌지”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청 ‘활짝라운지’를 이용한 시민들이 남긴 후기에서 노숙자들은 익숙한 풍경처럼 등장한다. 실제 다른 후기들에서도 “에어컨에 푹신한 소파까지 환경이 이렇다보니 노숙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네이버 아이디 ‘par***’), “노숙자 느낌의 어르신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약간 무섭기도 했다”(‘yun***’), “아주 따뜻하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지 노숙자들도 많았다(‘fap***’) 등의 내용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실제 지난 17일 점심시간 무렵 ‘활짝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좌석 뒤편에 노숙자들 서너 명이 쪼그린 채 앉아 잠을 청했다. 공연이 있어서인지 노숙자들이 평소보다 눈에 적게 띄었다.
바로 전날인 16일 오후 6시 무렵에는 열댓 명의 노숙자들이 각자의 짐과 함께 라운지 내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이 한 눈에 봐도 눈에 쉽게 띄었다. 이때 노숙자들이 점거한 라운지 구석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홀로 앉아 지나가는 시민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길을 지나던 일부 시민들은 노숙자들을 힐끗 힐끗 쳐다보며 걸음을 재촉하는 한편, 익숙한 풍경이라는 듯 지나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도 시민청을 이용할 수 있는 '시민'으로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잇따랐다. 특히 부쩍 추워진 날씨에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정은성(28) 씨는 "노숙자들도 시민인데 시민청을 이용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며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만한 행동을 한 게 아니라면 굳이 안 좋은 시선으로 볼 필요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시민청을 방문한 시민들 사이 "추운 날씨에 노숙인들이 걱정된다", "잔뜩 움츠려 누워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시민청을 누구에게나 개방해 다행이다"라는 등의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시민청 측은 17일 ‘데일리안’에 “(노숙자들 문제로) 민원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그 분들도 시민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가라고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고 나름의 고충을 밝혔다.
실제 시민청 운영사무실에 따르면 시민청 내 노숙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이 여러 차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청 운영팀은 2시간에 한 번씩 순찰을 돌며 이상행동을 하는 노숙자들을 관리하고 있으나, 다른 시민들과 같이 휴식을 취하는 노숙자들을 무작정 저지할 수 없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청 관계자는 “노숙자분들도 같은 시민들이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고성을 지르거나 누워있는 등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노숙자) 분들을 따로 저지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청은 시민들의 공간인데 노숙자 분들이 많아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에 시민분들이 찾지 않으실까봐 (걱정된다)”며 시민청 측에서는 수시로 순찰을 돌며 다른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게끔 이상행동을 하는 노숙자들을 관리하고 있고, 실제로 노숙자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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