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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할당'으로 얼룩진 ISA, 소액계좌만 '우글우글'


입력 2016.03.23 10:39 수정 2016.03.25 11:31        김영민 기자

은행 신탁형 ISA 가입자 90% 이상 압도…1계좌당 평균 32만원 예치

경품 노리거나 권유로 계좌 만들어 소액계좌 비중 높고 햬지 가능성도

ⓒ금융위원회

"은행 직원들도 아직까지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데 실적을 위해 가족, 지인들에게 가입을 권하고 심지어는 1만원씩 줄테니 계좌를 트라고 요청하고 있으니 한숨 밖에 안나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한 시중은행 직원 A씨는 오래간만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앉자마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하소연부터 늘어놨다.

A씨는 "은행 직원으로서 실적을 위해 영업을 하는 것을 당연하지만 본인 돈을 써가면서 할당을 채우려니 억울하기도 하고 안하려니 눈치 보이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한 금융지주에 다니는 중간간부 B씨는 "지인들에게 ISA의 장점을 일일이 설명했지만 대부분 돌아오는 답은 '이자수익 200만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위해 목돈을 3년 동안 맡길 여유가 어디있냐'였다"고 전했다.

B씨는 또 "서울의 한 은행 지점에서는 소액계좌만 하루에 몇십건씩 가입될 뿐"이라며 "이것도 사전예약 고객이 경품을 타기 위한 것이거나 직원들의 권유로 지인들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원 C씨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동차, 골드바 당첨될까 1만원짜리 신탁형 ISA 상품에 가입했다"며 "일임형의 경우 편입 상품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수수료도 부담돼 가입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ISA 경품이벤트 홍보물

ISA 판매 첫주 총 65만8040계좌가 만들어졌고, 가입금액은 320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품을 노린 소액 계좌나 금융사 직원들의 권유로 가족, 지인들이 소액으로 가입하는 이른바 '허수 가입자'가 많아 ISA가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좌수는 은행이 61만7000계좌(93.8%)로 압도적이다. 가입금액은 은행이 1984억원(61.9%), 증권사 1219억원(38.0%)으로, 증권사는 가입계좌를 적지만 금액 비중은 높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49만원이지만 은행은 32만원, 증권사는 300만원으로 차이가 있다.

금융위는 1만원 수준의 소액계좌가 양산된다는 지적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ISA는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추후 가입자의 판단과 상황에 따라 ISA의 취지에 맞게 자산관리되는 진성계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낙관적으로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허수계좌가 빠질 경우 ISA가 흥패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ISA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설익은 사과여서 제대로된 고객 유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과도한 마케팅 경쟁보다는 상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해야 진정한 ISA 고객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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