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김현수, 실패자와 마이너 거부권 사이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3.29 08:50  수정 2016.03.30 08:47

정황상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진입 어려워

국내 복귀 타진하고 싶어도 '실패자' 발언이 족쇄

볼티모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김현수. ⓒ 연합뉴스

시범경기서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볼티모어 김현수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볼티모어 구단은 28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입지가 크게 줄어든 김현수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뤘다. 앞서 '폭스스포츠'는 볼티모어가 김현수와의 계약 해지에 대해 검토했다고 보도, 국내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자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아직 경쟁 중이지만 며칠 더 지켜본 뒤 힘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대로라면 개막전 로스터 합류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구단 측은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거나 최악의 경우 상호 계약해지라는 수순까지 치달을 수 있다.

앞서 김현수는 2년간 700만 달러라는 꽤 좋은 조건에 볼티모어 입단 계약을 맺었다. 웬만해서는 거액을 지출하지 않는 볼티모어의 행보를 감안하면 주전급으로 대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했다.

실제로 김현수는 쇼월터 감독을 비롯해 구단 측의 큰 기대를 모았다. 거포 위주의 타선에서 정교한 타격과 좋은 선구안을 지닌 김현수는 팀 득점을 늘릴 자원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실망만 가득했다. 쇼월터 감독은 꾸준한 기회를 제공했지만 김현수는 이에 화답하지 못했다. 물론 8경기 만이자 22타석째 첫 안타가 나왔다. 이후 몇 개의 안타를 더 때려냈지만 빗맞거나 실책성 안타가 대부분이었다.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김현수를 배제하려는 볼티모어의 의도가 결코 무리가 아닌 이유다.

정황상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은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김현수에게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라는 옵션이 있다. 선수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구단 마음대로 마이너에 내려 보낼 수 없다는 조항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 될 공산이 크다. 김현수가 25인 로스터에서 끝까지 버틴다면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크나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24인 로스터를 활용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 고집 부리는 선수를 기용할리 만무하다. 따라서 최근 구단 측의 발언은 김현수가 마이너리그행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언론플레이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마이너리그에 내려간다면 과거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었던 윤석민 사례에 비췄을 때, 빅리그 승격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설령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메이저리그 콜업 시기가 상당히 늦춰질 전망이다.

상호 계약 해지야 말로 김현수에게 가장 부담스러울 수 있는 선택이다. 일단 김현수는 2년간 버티기만 해도 700만 달러(약 81억 6000만 원)라는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 KBO리그에 잔류했을 경우 점쳐졌던 4년간 100억 원보다 약 2배 가까운 몸값이다.

돈도 돈이지만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 당시 “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는 발언으로 야구팬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물론 김현수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기 위해서였지만, 의도와 다르게 해석된 이 말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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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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