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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존영'이 시당 비품? 선관위 "회계보고가..."


입력 2016.03.30 05:28 수정 2016.03.30 05:34        장수연 기자

대구시당 "개인 구입 아닌 시당 자금으로 구입해 나눠준 것"

중앙선관위 "비품이라면 회계보고 들어갔어야…개입 어려워"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3일 저녁 대구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서 탈당 및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도착하며 박근혜 대통령 사진액자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대통령 존영 반납' '탈당파의 복당 불가' 방침을 천명하는 등 분명한 선긋기를 통해 탈당파에 대한 강경책을 구사하던 새누리당이 급작스럽게 무마에 나섰다. 앞서 벌어진 무소속 의원 관련 논란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당 지도부에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 차원의 봉합이기 때문에 불협화음은 곳곳에서 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최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과 친유승민계 의원들에게 지난 28일 공문을 보내 사무실에 걸려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대구시당에서 열린 국회의원 후보자 선거대책회의에서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을 20대 국회에서는 복당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대통령 사진을 반납 받아야 한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요구다.

대구시당 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 사진은 시당의 비품에 해당한다. 이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용하는 부분이 맞다. 개인이 구입하는 것이 아니고 당에서 시·도당으로 액자를 주문하게 해 인화하고 저희들이 만들어서 당협에다 비치하게 만든다"며 "법적으로 시당 비품은 탈당할 시당으로 반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당 정치자금으로 액자를 만들어 당협에 준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반납하지 않는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재가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사진'이 무소속 후보들의 전략적 마케팅에 이용됐다며 비판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무소속 후보들이 당을 나갔음에도 대통령 사진을 소유하겠다고 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을 하기 때문에 시당 차원에서도 공식적으로 액션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측에서는 선거법상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비품이라면 회계보고가 들어갔어야 했다"며 "당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선관위 측에서 관여할 만한 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에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자의적 판단 하에 반납하라고 주문한 것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논란에 당 소속 의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29일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건 좀 그렇다"라며 "개인적으로 존경해서 사진을 붙여놓은 것을 떼라 붙여라 하는 대구(시당)가 잘못된 것"이라고 친박계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당은 한술 더 떠 탈당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지 말라고 직접적인 엄포를 놓기도 했다. 조직국은 전날 전국 17개 시도당에 '탈당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당원은 징계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시·군·구의원, 주요 당직자가 4·13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탈당한 무소속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보이거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의 징계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들의 '복당'을 두고는 이견이 분분하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 후에 충분히 논의하고서 결정하면 된다"며 "미리 논쟁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복당 문제는 당선된 뒤 추후 논의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다는 논란을 빚고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탈당자 복당 불가론'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천자대회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등 대구 경북지역 공천자들이 승리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와 관련해 '진박' 후보들은 탈당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가 심상찮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고 극도의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유승민 의원을 앞세운 '무소속 돌풍'은 없을 것이라며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던 TK(대구·경북) 지역의 진박 후보들은 막상 논란이 불거지자 사사건건 비난 일색으로 임하고 있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정종섭 후보(대구 동구갑)는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탈당할 때까지 대통령을 괴롭히다가 선거 때가 되니까 대통령 사진까지 내걸고 존경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자기 모순"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후보는 친유승민계를 겨냥해 "평소에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비난하고 당을 떠났지 않았느냐"며 "탈당한 뒤에 다시 대통령 존영을 보물처럼 대하는 이유가 도대체 앞뒤가 전혀 안 맞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 친유승민계가 당선 후 복당을 공언하고 있는 데 대해선 "정당과 맞지 않으면 본인이 나와서, 다시 말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든지 아니면 반대당에 가든지 이렇게 결정을 하는 것이다"며 "앞으로 우리 당이 그런 형태의 복당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TK지역을 중심으로 '진박'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은 이날 대구시·경북도당에서 열린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무소속을 찍는 것은 결국 야당을 찍는 것과 똑같다"고 일갈했다. 최 의원은 "이번에 우리 공천 과정에서 무소속 출마한 분이 있다"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겠지만 경북에서 13명, 대구에서 11명을 공천했다. 24명을 전원 당선시켜 줘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견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은 본격적인 연대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7일부터 주호영(대구 수성을)·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 다른 무소속 후보들과 함께 선거에서 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의 임태희(성남 분당을) 전 의원도 전날 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 등과 만나 연대를 논의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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