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스타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가 '다르네'
김일성 '침투 도발 및 납치' 김정일 '핵실험, 사이버테러'
김정은, 김일성 + 김정일 = WMD 사이버테러 말폭탄까지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연일 도발적인 언사와 도발행태를 보이며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북한은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발사, 사이버테러 등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도발과 관련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감행하던 도발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까지 3대에 걸쳐 북한의 독재자가 교체되면서 북한이 감행하는 도발 유형도 지도자에 따라 변화해왔다. 김일성 시대의 도발 유형은 국지·침투 도발 및 요인암살, 납치 등 직접적인 테러와 도발이었다면 김정은 시대의 도발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발사 및 사이버테러, 원색적 '말폭탄' 등으로 대비된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일성과 김정은 시대의 테러·도발 유형이 혼재돼있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까지 북한은 푸에블호 피랍(1968), 대한항공 YS-11 하이재킹(1969), 무장공비 침투,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미수로 인한 육영수 여사 사망 사건(1974),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1983), 대한항공 858편 폭파(1986) 등 직접적이고 초고강도의 테러 및 도발을 벌여왔다.
김정일 집권 초반에는 김일성 시대의 침투·국지도발 유형이 그대로 이어진다.
1995년 임진강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부여 간첩 침투 사건이 벌어지며 1996년에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벌어진다. 1998년까지 무장공비 등을 통한 도발이 이어졌고 이후부터 '침투도발' 유형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1999년과 2002년, 북한 함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일어난 제1차, 제2차 연평해전 등 국지도발은 여전히 이어졌다.
김정일 집권 기간의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활용한 도발에 집중하며 도발 유형의 변경을 꾀하기 시작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의 국지도발이 김정일 집권 후반기에 벌어졌지만 이 시기 북한의 도발은 WMD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후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면서 핵무기 개발 의도를 본격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핵무기를 실어 나를 투발수단인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시험 발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WMD 보유로 도발 유형을 변화시킨다.
김정일 시대 북한은 최초의 핵실험을 포함한 두 차례의 핵실험(2006, 2009)과 세 차례의 장거리미사일(1998, 2006, 2009)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사이버테러라는 새로운 유형의 도발도 등장했다. 저비용·고효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새로운 도발유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7.7디도스(2009), 3.4디도스 및 농협전산망 파괴(2011)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정은은 김정일 집권 후반의 도발유형을 그대로 이어 받아 이 같은 도발 행태를 더욱 강화시키는 모양새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만 4년을 조금 넘겼음에도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장거리미사일(2012년 4월과 12월, 2016년)을 발사했고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2013, 2016)도 마무리했다. 특히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이라는 새로운 핵무기 투발수단 개발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일 시대 번번이 실패하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과거 플류토늄이나 우라늄을 활용한 1세대 핵분열탄이 아닌 진보된 수소탄(핵융합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매체는 최근 '경량화된 핵탄두'를 공개하고 '장거리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3.20 사이버테러를 통해 방송사와 금융사를 마비시킨 바 있고 4차 핵실험 직후에도 대규모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것이 국가정보원에 의해 포착됐다.
지난 8일 국정원은 "북한이 최근 정부 주요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공격, 해킹된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 음성통화 내용까지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인터넷 뱅킹, 보안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의 내부 전산망도 북한에 의해 장악되는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향한 지속적이고 원색적인 '말폭탄'은 김정은 정권 만의 새로운 도발 유형이라는 평가다. 북한 매체들은 올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동물에 비유하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말폭탄'이 이례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31일 데일리안에 "김일성 시대의 도발을 초고강도라고 규정지을 수 있고 김정은 시대의 도발에서 말로하는 협박은 3대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면서 "도발 유형은 다를 수 있지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비타협적 군사모험 경향은 동일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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